[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월드컵은 손흥민(토트넘)에게는 늘 눈물이었다. 다만 눈물의 농도는 달랐다. 2014년 브라질과 2018년 러시아는 아픔이었다면 카타르는 환희였다. 손흥민이 꿈의 '월드컵 16강'을 달성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골든부트(득점왕)'에 빛나지만 월드컵은 '미지의 세계'였다. 카타르에서도 다시 한번 운명이 비켜가는 듯 했다. 한 달전의 '안와 골절' 부상은 돌이킬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선택지는 없었다. 선수 인생을 건 '마스크 투혼' 뿐이었다. 자칫 실명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그래도 그의 머릿속에는 '태극마크' 뿐이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두드리고 또 두드렸던 '결승 문'이 후반 인저리타임에서야 열렸다. 포르투갈 선수 3명을 한 번에 벗겨내는 환상적인 스루패스가 황희찬(울버햄턴)에게 배달됐고, 극적인 역전 결승골이 터졌다. '알라이얀의 기적'이었다. 그는 이어 마스크를 벗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버티고 또 버텼다.
손흥민은 '소감'이 필요없다고 했다. 그저 선수들이 자랑스럽단다. 다만 마스크에 대해서는 눈물겨운 투혼을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안된다. 아직 수술한 지가 생각해보면 한 달 정도 된 것 같은데 뼈가 붙는데만 최소 석 달 걸린단다. 뼈가 살짝 실처럼 붙었다고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위치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서든 해야하는게 내 임무다."
'캡틴'의 무게감이었다. '투혼의 16강'을 확정지은 후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손흥민의 얼굴은 여전히 부기로 가득했다. 이 또한 영광의 '흔적'이었다.
어시스트에는 할 말이 많았다. "보고 패스했다. TV로 보실때는 안보고 패스할거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상황을 다 읽고 항상 짧은 시간을 계산하고 패스한다. 나도 70~80m 뛰어가서 패스하는게 쉽지 않다. 조금만 공간이 있었으면 슈팅을 때리려 했는데 순식간에 위험지역에서 3~4명에 둘러싸였고 희찬이가 왼쪽에서 오는게 살짝 보였다. 마땅히 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여기구나 하고 판단한게 다리 사이였다. 그게 운 좋게 잘 들어가면서 희찬이가 마무리를 잘해 줘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박수받을 만 했다. 1도움을 추가한 손흥민은 역대 한국 선수 공격 포인트 공동 1위(4개·3골-1도움)에도 올랐다.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대회의 최순호(1골-3도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시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더없이 행복한 도전'이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손흥민은 6일 오전 4시(한국시각) 도하의 스타디움974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다툰다.
그는 "어디까지 올라가겠다고 약속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우리도 너무 우승하고 싶다. 매 경기 주어지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며 "끝난게 아니다. 16강에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선수들이 너무 좋아하고 감정적으로 들떠 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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