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아쉽다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서 많은 생각으로 최고의 전략을 짰다. 그런 선택을 선수로서 신뢰하고 존중한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 결장한 이재성(마인츠)의 이야기다. 벤투호의 단적인 분위기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법'도 지워서는 안된다. 그는 2018년 8월 한국 축구와 만났다. 4년이 넘는 긴 시간을 함께했다. 세월이 '신의 한수'였다. 굴곡의 여정이었지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카타르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벤투 감독은 '인기 없는 사령탑'이다. 보수적인 팀 운용에 유연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완고함이 너무 세 불통의 이미지도 있었다. 지난 9월 A매치 2연전에선 이강인(마요르카)을 기용하라는 팬들의 아우성에 "귀가 2개니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매번 전체 팀이 아닌 개별 선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속은 전혀 달랐다. 도하에서 눈에 띈 것은 벤투 감독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다. 태극전사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벤투 감독의 철학에도 공감했다. 태극전사들에게 '겁없는 도전'을 주문했다. "월드컵에 진출한 것으로 만족한다. 16강 진출에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선수들에게는 매번 "월드컵 무대를 더 즐겨라"라고 강조했다.
카타르에선 '고집불통' 이미지도 희미해졌다. 뜨거운 햇살에 훈련 시간을 전격 변경했다. 이강인의 빠른 기용도 의외였다. 조규성(전북)을 2차전부터 선발 출격시키며 분위기를 전환한 것도 돋보였다.
대신 내부적으로는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는 "비관론도 낙관론도 있었지만 16강 진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물론 상대의 강, 약점 분석을 모두 끝냈다. 겸손하게 준비하는 동시에 16강 진출에 야심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례로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 후 브라질 분석에 들어가 화제가 됐다. 코치 2명을 브라질과 세르비아전에 파견했다. 당시는 의문부호가 컸지만 현재는 탄식으로 뒤바뀌었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점을 일찌감치 실행에 옮긴 셈이다.
16강전이 시작됐다.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를 통과한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이다.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벨기에, 에콰도르, 멕시코,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코스타리카 등을 맡은 '이방인 감독'이 모두 탈락했다.
벤투 감독은 가나전 퇴장 징계로 벤치에 앉지 못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조국인 포르투갈을 무너뜨려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한국 축구 사령탑으로는 거스 히딩크, 허정무 전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축구를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았다. 원정에선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브라질을 넘을 경우 한국의 첫 월드컵 원정 8강 진출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와 한국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미 '명장'으로 한국 축구사에 남게 됐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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