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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외국인으로, 아니면 이제는 국내로…차기 감독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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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또 한번 외국인으로 갈까, 아니면 국내 감독으로 유턴할까. 파울루 벤투 감독의 월드컵 16강 이전까지는 국내 감독으로 무게 추가 기운 듯 했다. 현재는 다시 50대50이다.

타임 테이블은 제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2월까지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다. 차기 사령탑은 이용수 부회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2~3배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달에는 밑그림도 공개된다. 선임 기준 발표와 함께 1차 후보군이 추려진다.

'독이 든 성배', 한국 축구의 아픈 민낯이었다. 1948년 대표팀이 출범한 이래 벤투 감독은 제80대 사령탑이었다. 70여년 동안 80차례나 사령탑이 바뀐 것이다. 다행히 벤투 감독이 새 역사의 물줄기였다. 전과 후로 나뉜다. 벤투 이전 평균 재임기간은 1년도 채 안됐다.

벤투 감독은 무려 4년4개월간 동안 한국 축구와 동고동락했다. 단일 재임기간 최장수 사령탑에 이름을 올렸고,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로 화답했다. 그 덕에 차기 사령탑도 2024년 1월 카타르아시안컵 성적과 무관하게 2026년 북중미월드컵까지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외국인 감독이 '만능 열쇠'는 아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 축구에도 '외인 열풍'이 불었다.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 울리 슈틸리케(독일)에 이어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이 명맥을 이어왔다. 이 가운데 박수받고 떠난 외인 사령탑은 벤투 감독,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코엘류와 본프레레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예선 과정에서 낙마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독일월드컵을 지휘했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 기적을 일군 베어벡은 감독으로 연을 이어갔으나 2007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결별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예선 후 경질됐다. 벤투 감독이 마침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셈이다.

국내 감독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사령탑 중에는 2010년 남아공대회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허정무 감독이 유일하게 웃으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반면 2014년 브라질대회에선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까지 무려 3명의 사령탑을 예선과 본선에서 '소비'하는 오판 끝에 1무2패로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4년 전 러시아 대회도 신태용 감독이 본선 무대의 '소방수'로 등장했지만 불을 꺼진 못했다.

카타르월드컵에선 자국 사령탑이 초강세를 보였다. 조별리그에서 살아남은 외인 감독은 벤투가 유일했다. 또 유럽 5대 리그의 시즌 중 열린 첫 겨울월드컵이라 준비기간도 짧았다. 이 때문에 대표팀과 긴 호흡을 한 사령탑들이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외국인과 국내파, 일장일단이 있다. 외국인의 경우 무늬만 이방인이면 또 실패를 부를 수 있다. 포르투갈대표팀을 이끈 벤투 감독처럼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국내 감독의 경우 세계 축구의 최신 흐름과 궤를 함께하는 뚜렷한 철학이 제시돼야 한다. 소통도 필수다. 대표팀은 클럽팀과 다르다.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감독의 고유권한은 존중받되 20~30대 태극전사들과도 벽이 없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