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심판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비디오 판독이다. 영상을 통해 명백한 오심이 드러났지만, 잘못된 판단을 번복하지 않은 3인에게 상벌위 없이 최고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28일, 전날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KB손해보험-한국전력전의 비디오 판독에 관여한 정의탁 경기위원, 진병운 심판위원, 남영수 부심 등 3인에게 상벌위원회 없이 곧바로 징계를 내렸다.
정 위원과 남영수 부심은 3경기, 진병운 위원은 1경기 출장정지를 받았다. KOVO 측은 이에 대해 "과거 사례들을 참고해 비디오 오독 및 경기 운영의 책임에 물을 수 있는 최고 징계"라고 설명했다.
세 사람은 전날 4세트 KB손보가 9-11로 뒤진 상황에서 발생한 한국전력 박찬웅의 네트 터치를 잡아내지 못했다.
당시 정의탁 위원과 남영수 부심은 '노 터치', 진병운 위원은 '네트 터치'라고 판독했다. 비다오 판독에서 의견이 엇갈릴 경우 다수결로 판정이 결정된다. 세 사람의 징계 수위가 다른 이유다.
다만 진병운 위원 역시 함께 판독하는 운영 측 또는 불만을 표한 후인정 KB손보 감독 중 어느 쪽도 설득하지 못해 경기 지연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징계를 피하진 못했다.
이를 정확하게 판정하지 못한 것은 1차적으로 권대진 주심의 잘못이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주심은 블로킹 터치, 네트 터치, 인&아웃 등 여러가지 상황을 동시에 살펴야한다.
이 때문에 주심을 돕기 위해 부심과 선심이 있다. 또 보다 명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도구인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뒤론 이를 담당하는 경기위원과 심판위원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날 정확한 판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 화면에 블로킹을 시도하던 한국전력 박찬웅의 왼팔이 네트에 닿는 장면이 명확하게 잡혔고, 당사자도 손을 들어 인정했다. KB손보 홍상혁이 때린 볼은 네트보다 한참 위로 날아갔다.
그럼에도 정의탁 경기위원-진병관 심판위원-남영수 부심으로 구성된 당일 현장 경기운영 측은 성급하게 노터치를 선언했다. 남영수 부심은 "네트가 흔들렸지 않나"라고 항의하는 후인정 KB손보 감독을 향해 "카메라 각도에 따라 화면에 차이가 있다. 화면만 보고 결정한다. 공이 네트에 맞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후인정 감독은 "화면에 (팔이 닿은게)나왔잖아요!"라며 펄쩍 뛰었다. 수 차례 방송화면을 돌려본 윤봉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박찬웅이)네트를 건드린 게 맞다"고 할 정도로 명확한 상황이었다.
장시간 분통을 터뜨리던 후 감독은 급기야 경기 속개를 거부하며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보기드문 모습을 연출했고, 권대진 주심은 경기 지연을 이유로 후 감독에게 경고를 줬다. 아무리 아쉬움과 분노를 터뜨려도 심판진의 한번 내려진 판정을 뒤집을 순 없었다.
후인정 감독은 "전광판에 나온 화면에 분명히 나왔다. 그런데 본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또다른 화면에 네트 터치가 나왔다고 했다"면서 "(순간적으로)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히 보지 않는다면 비디오 판독을 할 필요가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매년 쏟아지는 오심과 경기 진행 미숙, 배구계는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날 KB손보는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지만, 이를 다행이라 생각해선 안된다. "이럴 거면 비디오 판독을 뭐하러 하나. 선수들은 한 시즌을 뛰기 위해 피땀 흘려 준비하는데!"라는 후인정 감독의 절규를 배구계는 귀담아 들어야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