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그냥 좋아요."
이영하(26·두산 베어스)에게는 '17승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2018년 10승 투수가 됐고, 2019년 17승(4패)을 거뒀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 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여줬다. 설상가상으로 고교 시절 '학폭 논란'까지 겹쳤다. 2023년 '미계약 보류 선수'로 분류됐던 그는 지난 5월31일 무죄 선고를 받고 마침내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게 됐다.
꾸준히 몸을 만들어온 그는 선발이 아닌 불펜 요원으로 팀에 힘을 보탰다.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해 정상적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멀티이닝 등을 소화하면서 조금씩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 5일 포항 삼성전에서는 6-2로 앞선 5회말 선발 투수 김동주가 1사 후 볼넷과 안타를 맞으면서 흔들리자 투입됐다.
이영하는 김동진과 호세 피렐라를 모두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냈다. 이영하는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강민호와 오재일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내줬지만, 이재현을 삼진으로 잡았다. 이후 김명신에게 마운드를 넘겨줬고, 김명신은 후속 두 타자를 삼진과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이영하는 실점없이 이날 경기를 마쳤다.
두산은 7대4로 승리했다. 승리 투수는 이영하가 됐다. 이영하는 2022년 6월 21일 인천 SSG전 이후 379일 만에 승리 하나를 추가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잡은 승리. 이영하는 후배 김동주를 먼저 생각했다. 이영하는 "(김)동주가 잘 던진 덕분에 승리 투수가 됐다. 사실 후배의 승리를 뺏은 거 같기도 하다. 후배가 좋은 선물 한 번 줬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하고 1군에 올라오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처음 복귀해서 몸이 100%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야구를 못하는 기간 너무 야구를 하고 싶어 정신력으로 이겨낸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같지 않더라"고 했다.
결국 현실 인정이 빠른 회복의 길이었다. 이영하는 "중간에 잘하다가도 흔들리다보니 코치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내가 인정할 부분은 인정했다. 몸이 100%가 아니니 휴식 시간을 가진 다음에 던지니 밸런스가 괜찮아 진 거 같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서게된 1군 무대. 이영하는 지금 순간이 즐겁기만 하다. 이영하는 "지금 야구 하는 거 자체가 좋다. 거짓말 아니고 야구장에 나오면 행복하다.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좋다. 힘들고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좋은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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