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이고, 하루 보고 어떻게 알겠나."
'로니 도슨의 성격이 괜찮아보인다'는 말에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의 반응이다.
하지만 흥넘치는 성격 뿐 아니라 8만 5000달러(약 1억900만원)에 불과한 낮은 연봉에 걸맞지 않은 기량까지 갖춘 모양이다. KBO리그 데뷔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내더니, 2번째 경기에선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도슨은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2회말 롯데 선발 이인복의 몸쪽 143㎞ 투심을 통타, 오른쪽 관중석 중단에 꽂았다. 발사각 41.8도로 맞는 순간 하늘높이 치솟아 담장을 넘긴 비거리 120m의 큰 홈런이다. 볼카운트 3-0에서 방심하지 않은 점도 놀랍다.
키움은 간판스타 이정후의 이탈로 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상황. 이정후는 전날 3안타 1타점 1볼넷의 맹활약을 펼치며 롯데전 승리와 더불어 팀의 8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8회말 김민석의 안타를 잡은 직후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를 요청했고,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키움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정후를 1군에서 말소, 일찌감치 서울로 올려보냈다. 홍 감독에 따르면 이정후는 '김민석의 타구 때 스타트를 걸다가 발목에 이상을 느꼈다'고 설명했다고. 홍 감독은 "평소 통증을 내색하지 않는 선수기 때문에 특히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오는 24일 정밀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키움은 5월초 손등 부상 이후 2군에서 오랫동안 머물던 노장 이용규를 차주중 1군에 등록하는 대신 예정보다 일찍 조기 콜업했다. 또 이정후가 맡았던 중견수 자리는 새 외국인 타자 도슨에게 맡겼다.
키움은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에디슨 러셀 대신 올스타 휴식기 중 도슨을 새 교체 외인으로 영입했다. 한때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도 촉망받는 5툴 플레이어 유망주였지만, 얼마전까지 독립리그 애틀란틱리그에서 뛰던 선수다. 연봉이 고작 1억원 남짓한 이유다.
키움 구단 측은 "도슨의 기량과 더불어 한국 리그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간절함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 마음이 통한 건지, KBO리그 데뷔와 함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앞서 제리 샌즈(10만 달러) 등 초저가 외인으로 대박을 쳐본 팀다운 스카우팅 능력이다.
도슨은 전날 경기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때리며 한국 데뷔 첫 안타 첫 타점을 결승타로 만든데 이어 이날 홈런까지 쏘아올리며 자신의 기량 및 자신을 알아본 키움 구단의 레벨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중견수 자리에서의 수비력 또한 무난하다는 구단 자체 평가.
홍 감독은 도슨에 대해 "어떤 카운트에서도 배트 중심에 맞추는 컨택 능력은 긍정적이다. 성격 또한 무리없이 잘 적응할 것 같다"면서 "원래 주포지션이 중견수다. 이정후가 오기 전까진 도슨이 중견수를 보는게 제일 좋은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