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사실 반신반의한 건 언론 뿐만이 아니다. 토론토 구단 내부에서도 류현진이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를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중순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맞춰 선발진을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지난달 19일(이하 한국시각)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류현진과 알렉 마노아라는 대안을 갖고 있어 선발진은 낙관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일에 대비해 계획도 갖고 있다. 누군가 가동 불능이라면 말이다"라고 밝혔다.
단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토론토는 실제 트레이드 시장에서 선발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셋업맨 조던 힉스와 제네시스 카브레라를 데려오는 것으로 마운드 보강을 마쳤다. 류현진이 마이너리그 마지막 등판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시점이었다.
류현진은 마지막 점검 무대였던 지난 7월 22일 트리플A 경기에서 6이닝 동안 3안타 1볼넷을 내주고 5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확신을 심어줬다. 직구 구속을 최고 90.8마일, 평균 88.4마일까지 끌어올렸다. 팔꿈치 수술 이전의 평균 구속 89.3마일에 매우 가까워진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합류와 함께 6선발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한 토론토는 무난하게 17연전을 마쳤고, 여전히 AL 와일드카드 경쟁권에 포함돼 있다.
토론토가 선발 보강을 하지 않은 이유를 류현진이 또다시 보여줬다. 그는 21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4안타 2실점(비자책)의 호투를 펼치고 10대3 승리를 이끌었다.
83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은 1개만 내주고 삼진은 7개를 잡아냈다. 5-0으로 앞선 2회말 수비 실책 2개가 나오면서 2실점했을 뿐 이후 별다른 위기없이 제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다.
다만 직구 스피드는 최고 89.6마일, 평균 87.4마일로 복귀 후 평균 구속인 88.7마일에 1.3마일이나 미치지 못했다. 마지막 재활 경기 구속보다도 1마일 덜 나왔다. 하지만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코너워크와 다채로운 볼배합을 통해 신시내티 타선을 무력화했다.
전체 스트라이크 비율이 67.5%로 적절한 수준이었다. 속도가 95마일 이상, 즉 하드히트 타구는 2회말 스펜서 스티어의 내야안타와 루크 메일리의 우익수 플라이 2개 뿐이었다. 평균 타구 속도는 84.6마일로 이전 3경기 평균 87.4마일을 훨씬 밑돌았다.
MLB.com은 '류현진이 완벽하게 돌아왔다(Hyun Jin Ryu is all the way back). 오늘 경기는 전성기의 류현진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다른 투수들처럼 빠른 강한 공을 던지지도 않고 감탄을 자아내는 구위를 갖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그는 영리하다. 상대 타자의 스윙과 욕심을 누구보다 잘 읽기 때문에 젊고 공격적인 타자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투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구력과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 완급조절이 발군이라는 뜻이다. 이게 바로 '빈티지 류(Vintage Ryu)'다. 상대 선발 헌터 그린이 최고 100.3마일, 평균 98.4마일의 강속구를 던지고도 3이닝 10안타 3볼넷 9실점으로 붕괴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타자들이 매우 공격적일 거라고 생각해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했다. 그게 오늘 경기의 키포인트다. 초반에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뽑아줘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MLB.com은 '토론토 로테이션이 개막전 선발투수의 몰락에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건 믿기 어렵지만, 류현진이 많은 사람들이 스트링트레이닝 때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돌아왔다'고 논평했다.
투수의 제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9이닝 평균 볼넷(B/9)'이다. 류현진의 통산 B/9는 1.998로 1000이닝 이상을 던진 현역 투수들 가운데 시카고 컵스 카일 헨드릭스(1.983)에 이어 2위다. 잭 그레인키(2.021), 제이콥 디그롬(2.037), 클레이튼 커쇼(2.194), 게릿 콜(2.317), 맥스 슈어저(2.358), 케빈 가우스먼(2.472), 저스틴 벌랜더(2.514), 네이선 이발디(2.541) 등 내로라하는 에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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