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불운해도 너무 불운했던 KIA 타이거즈의 2023년. 하지만 불운 탓만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외국인 투수 라인업은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KIA는 지난 시즌 8승을 거둔 숀 놀린, 대체 외국인 선수로 후반기 6승을 책임졌던 토마스 파노니(29)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선택한 투수는 숀 앤더슨(29)과 아도니스 메디나(27). 앤더슨과는 KBO리그 외국인 선수 첫해 상한선인 100만달러, 메디나와는 총액 66만달러에 계약했다. 빅리그 경험을 갖춘 두 투수에 대한 기대는 컸다. KIA 역시 '구위형 투수'라는 수식어를 통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앤더슨과 메디나가 거둔 성적표는 초라했다. 앤더스는 14경기서 4승, 메디나는 12경기에서 2승에 그쳤다. 앤더슨은 8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 피칭을 선보였지만 확실한 1선발 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메디나는 150㎞가 넘는 직구로 기대를 모았지만, 구위형 투수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공의 힘이 약했다.
결국 KIA는 전반기를 채 마감하기도 전에 두 투수를 모두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운드 중심이 돼야 할 외인 원투펀치 안정 없이는 5강 도전이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이들의 대체 자원으로 데려온 선수가 마리오 산체스(29)와 지난해 동행했던 파노니다. 대만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이었던 산체스는 특이한 폼과 올 시즌 KBO리그를 지배했던 스위퍼를 구사하는 투수로 주목 받았다. 파노니에겐 지난해 후반기 KIA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산체스와 파노니도 대안이 되지 못했다. 산체스는 초반 2경기에서 1루 쪽으로 몸을 크게 숙였다 일어서는 독특한 세트 포지션과 스위퍼로 잇달아 QS를 작성하며 바람몰이를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상대팀 견제와 폼 수정 이후 위력이 급감했다. 파노니는 지난해처럼 6승을 수확했으나, 16경기 중 QS가 5경기에 불과했고, 난조가 이어진 게 아쉽다.
4명의 외국인 투수가 올 시즌 거둔 승수 총합은 16승에 불과하다. 토종 영건인 이의리(21·11승) 윤영철(20·8승)의 승수를 합한 것보다 낮고, 베테랑 양현종(35·9승)에도 미치지 못한다.
앤더슨과 메디나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던 산체스와 파노니.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KIA의 시선은 동행보다 변화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KIA도 일찌감치 변화를 준비했다. 전반기 막판 외국인 투수 교체 과정에서 KIA는 내부적으로 기존 스카우트 시스템에 대한 검토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미국 현지 스카우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 시선이 맞춰졌다. 현지 관계자 뿐만 아니라 국내 스카우트들이 미국 현지를 직접 찾아 네트워크를 재정비하고 보다 심도 있게 선수를 확인해 리스트업 하는 작업을 거쳤다. 심재학 단장 역시 국내와 미국 뿐만 아니라 호주까지 오가면서 스카우트 및 육성 파트 재정비 및 역량 강화에 포인트를 맞췄다. 최근 질롱코리아 해체로 길이 막혔던 호주 프로야구(ABL) 참가를 통한 유망주 육성은 캔버라 캐벌리와의 협력으로 풀면서 성과를 낸 바 있다.
KIA가 올해 못 이룬 가을야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외인 원투펀치 강화가 필수적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에 일찌감치 시동을 건 KIA가 과연 어떤 해답을 찾을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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