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지강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LG의 6대2 승리가 확정되자 선수단, 관계자, 팬 모두가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LG의 우승에는 여러 동력이 작용했다. 세대교체를 지휘하고 적시에 박해민, 박동원 등 FA 자원을 영입한 차명석 단장,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아 '원팀'으로 팀을 변모시킨 염경엽 감독 등의 공이 크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진 선수들이다. 아무리 작전을 잘 세우더라도, 선수들이 이를 잘 수행해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LG는 베테랑 선수, 외국인 선수, 신인급 선수 가릴 것 없이 자신들의 역할을 100% 완수했다. 선수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받고, 행복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슈가 됐던 건 LG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30명만 영광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염 감독은 이재원과 박명근을 넣고 싶었다. 이재원은 자신 때문에 군대까지 미뤘다. 신인 박명근은 57경기 필승조 역할을 한 불펜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재원은 정규시즌 성적이 부족했고, 신인 김범석에게 대타 포지션에서 밀렸다. 박명근은 최근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코치들이 염 감독을 말렸다. 염 감독은 "만약 우승을 하면 두 사람에게는 우승 반지도 주고, 똑같이 우승 배당금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눈에 밟히는 선수를 챙기는 건 좋은 일. 그런데 다른 선수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을 듯 하다.
대표적인 선수로 이지강이 있다. 정규시즌 22경기를 뛰며 2승5패2홀드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성적만 보면 평범하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했다. 거의 풀시즌 1군 엔트리에 있었다. 토종 선발진이 무너졌을 때 5선발 역할을 충분히 해줬고, 중간에 투수가 필요하면 그 역할을 도맡았다. LG 정규시즌 1위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승선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는 선발이 4명만 필요하다. LG는 불펜 자원이 워낙 풍부해 이지강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여러 LG 프런트도 이지강의 공을 인정하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혜택도 혜택이지만, 역사적인 우승 순간 동료들과 함께 못한 아픔이 더 크지 않았을까. 박명근은 염 감독의 배려로 선수단과 끝까지 함께 했다.
이지강 뿐 아니다. 1군이 아닌 2군에서도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의 밑바탕이 있었기에 LG의 29년 한이 풀릴 수 있었다. 구단 운영 방침, 규약이 있고 한국시리즈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음지에서 고생한 이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 LG가 되면 더 좋을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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