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클린스만호'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 상대 싱가포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5위의 약체다. 역대 전적에서도 22승3무2패로 한국이 절대 우위에 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바이에른 뮌헨도 3부리그 팀에 패했다. 축구에서 쉬운 경기는 없다"라며 경계심을 잃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지난 8일 한국과의 경기에 나설 24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 중 한국 이름이 있었다. '귀화선수' 송의영(30·수라바야)이다. 송의영은 싱가포르의 에이스이자, 우리 입장에서는 경계대상 1호다. 2021년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한 송의영은 그해 11월 키르기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송의영은 2021년 스즈키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단숨에 싱가포르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20번의 A매치에 나서 4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송의영은 인천 출신으로 한국에서 초, 중, 고교를 쭉 다니며 엘리트 선수 코스를 밟았다. 정왕중을 거쳐 축구 명문 여의도고를 나온 송의영은 2012년 고교를 졸업하면서 당시 이임생 감독이 지휘하던 싱가포르 명문 홈 유나이티드에 입단, 싱가포르와 인연을 맺었다. 데뷔 첫해 싱가포르 2군 리그에서 12경기 11골을 몰아치며 실력을 입증한 송의영은 그해 1군 주전으로 도약했다. 처음에는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점차 더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2018년에는 리그 10골을 포함해 공식전에서 무려 20골을 몰아치며 싱가포르 리그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싱가포르의 러브콜을 받은 송의영은 고심 끝에 귀화를 결심했다.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송의영은 날개를 달았다. 2021년 라이언시티에서 팀이 18년만에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송의영이 국내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202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였다. 당시 조별리그에서 대구FC를 만나, 2경기 연속골을 폭발시켰다. 두 번째 경기에서 터뜨린 강력한 중거리슛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송의영의 활약 속 라이언시티는 싱가포르팀 역사상 최초로 ACL에서 K리그 팀을 물리치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송의영은 ACL 조별리그에서 3골을 몰아치며 싱가포르 선수 역사상 ACL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송의영은 당시 활약으로 K리그 이적설이 나오기도 했다.
홈 유나이티드와 라이언시티에서만 11년을 뛴 송의영은 올 초 태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태국 1부 농부아 핏차야로 이적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뒤 다시 인도네시아로 복귀했다. 올 여름 페르세바야 수라바야로 이적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송의영은 한국전 출전이 유력하다. 그는 싱가포르의 국기를 달고 한국을 상대하는 운명 같은 일을 맞이하게 됐다. 송의영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한국을 상대로 경기한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원정팀으로 왔기 때문에 많은 홈 팬이 있을 것이다. 주눅들 수 있는데 준비한대로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렸을 때 꿈꾸던 무대라 설레는 것이 사실이다. 유소년 선수들이 나처럼 꿈을 꾸었을 것이다. 원정팀 선수로 여기에 왔지만 서월월드컵경기장에서 뛴다는 것이 떨린다. 한국이랑 뛰기 전에 괌이랑 플레이오프했다. 그때 꼭 이겨서 한국에 와라라는 부담감을 줬다. 나도 상암에서 한국과 경기를 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귀화하고나서도 마찬가지다. 기대 된다. 경쟁력 있는 선수로 또 팀으로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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