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잠실 구장을 전율케한 멋진 끝내기 홈런이 자칫 3타점 홈런으로 끝날 뻔했다.
어이없는 '누의 공과'가 있었던 것.
사연은 이랬다.
6일 잠실에서 열린 KT 위즈-LG 트윈스전서 4-4 동점이던 9회말 1사 만루서 LG 구본혁이 KT 마무리 박영현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쳤다.
치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던 타구. 빨랫줄 처럼 빠르게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구본혁도 오른팔을 치켜 들고 1루로 달려가면서 자신의 타구를 직접 확인한 뒤 두 팔을 들어 홈런 순간을 만끽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동료들이 모두 뛰어나와 홈플레이트 주위를 둘러싸고 구본혁을 기다렸다. 3루주자 홍창기와 2루주자 박해민이 홈을 밟았고 이제 1루주자 김현종이 홈으로 왔다.
그런데 김현종은 홈으로 오다가 구본혁이 친 뒤 던진 방망이를 주워 파울지역으로 던지더니 홈을 밟지 않고 오지환 문보경 옆으로 갔다.
너무 들떠 홈 밟는 것을 잊고 세리머니만 생각한 듯. 신기한 것은 옆에 있던 선수들 중 누구도 김현종에게 홈을 밟으라고 하지 않았고 그대로 구본혁을 맞이했다. 당시 KT 선수들도 그라운드에 있었지만 이를 보지 못했다.
다음날인 7일 경기 전 염경엽 감독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물어봤는데 염 감독도 모르고 있었다.
만약 상대편인 KT에서 이를 심판에게 항의했다면 구본혁의 끝내기 만루홈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상적인 절차가 이뤄지면 '누의 공과'로 인해 김현중은 아웃 처리된다. 당시 1사 상황이라 2아웃이 되는 것. 그 다음 구본혁은 홈을 밟았으니 득점으로 인정. 즉 끝내기 만루포가 끝내기 3점 홈런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2사 만루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처리가 되는 걸까. KBO에 따르면 끝내기 안타가 된다고 한다. 4-4 동점었기 때문에 홈런이 아닌 경우엔 결승점만 들어오면 경기가 끝나는 게 규칙이다. 2사 만루에서 구본혁이 홈런을 치고 김현종이 누의 공과로 아웃이 됐다면 이전에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고 해도 6-4가 아닌 5-4로 경기가 끝났다고 판정이 내려지고 구본혁에겐 홈런이 아닌 끝내기 안타가 주어진다.
너무 극적이었기에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