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동생(키움 이주형)한테 해주고 싶은 말? 나도 바보는 아냐!"
4시간8분 혈투의 끝을 장식한 영웅, 그 주인공은 26세 육성선수 출신 내야수 이주찬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연장 10회말 터진 이주찬의 끝내기 안타로 7대6, 기적 같은 역전승을 따냈다.
선발 반즈의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호투에도 시종일관 밀리는 분위기였다. 두산이 경기 초반 손쉽게 2점을 뽑은 반면, 롯데는 거듭된 찬스가 무산되며 7회초까지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7회말 윤동희의 역전 만루포가 터지며 4-2로 뒤집었다. 8회초 두산의 저력에 다시 4-6 역전을 허용했지만, 8회말 베테랑 유강남 최항의 방망이가 6-6 동점을 만들었다.
양팀 마무리가 9회를 책임졌고, 10회초 롯데는 베테랑 김상수가 2사만루 풀카운트까지 가는 고전 끝에 기어코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이제 타자들이 배턴을 이어받을 차례였다. 선두타자 손호영이 안타로 출루했고, 이학주가 깔끔한 희생번트를 댔다. 유강남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김태형 감독은 2사 2루 상황에서 박승욱 대신 대타 이주찬을 내밀었다. 이주찬은 볼카운트 1-2로 몰린 상황에서 두산 김호준의 128㎞ 포크볼을 잡아당겨 3루 라인을 타고 나가는 끝내기 2루타를 때렸다.
두산은 안타-파울 여부를 두고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대기타석에 있던 윤동희는 "라인 안쪽인 걸 분명히 봤어요"라며 웃었다. 반면 당사자인 이주찬은 "'아무래도 파울인 거 같아' 그러고 있었죠"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주심은 안타를 선언했고, 롯데 선수단은 하나로 뒤엉켰다. 롯데 선수들은 탄산수를 뿌리며 이주찬을 축하했다.
경기 후 만난 이주찬은 "좋았어요"라며 밝게 미소지었다. "기분은 좋은데 너무 추워요. 피부가 너무 따가워요"라는 속내도 덧붙였다.
올해 박승욱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아 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이주찬을 대타로 준비시켰다.
이주찬은 "1루가 비어있으니까 좋은 공을 주지 않을 거라고 봤어요. 신인급 선수니까 변화구로 승부하지 않을까 싶어 노리고 들어갔죠"라며 "막상 타석에 서니 잘 안되더라고요"며 갑갑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 때였다. 더그아웃 입구에 나와있는 김태형 감독의 동작이 눈에 띄었다.
"2스트라이크 먹고 한숨쉬는데, 감독님께서 '목이 빠진다, 안으로 넣는듯이 스윙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타격할 때 반대로 놓친다는 느낌으로 들어갔는데, 그 덕분에 파울이 안되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안타가 된 것 같아요. 평소 같았으면 바로 파울될 타구였는데, 그순간에 감독님을 본게…"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었다. 꾸준히 1군에 머무르며 기회를 받고 있다. 이주찬은 "제가 엄청 잘하진 않지만,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데 기대하시는 모습을 못보여드렸죠"면서 "오늘 하나 해서 다행입니다"라며 웃었다.
"연습 ??는 생각한대로 되는데, 시합만 딱 들어가면…이제 시합도 잘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이주찬의 동생은 '이정후 후계자'로 불리는 키움 이주형이다. 부상 때문에 합류가 좀 늦었지만, 타율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를 치며 키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이주찬은 "시즌 중에도 동생하고 한번씩 연락해요. 동생이 잘 치니까 제가 많이 물어보죠"라며 "개막하고 SSG 랜더스전 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삼진 먹었어요"고 아픈 기억을 되새겼다.
"제게도 올해가 너무 좋은 기회에요. 잘하고 싶어요. 힘은 자신있고, 수비도 괜찮고, 어깨도 좋습니다. 자신감은 넘쳐요. 요즘 맨날 (동생 경기)보는데 너무 잘 치니까 기분 좋았는데…오늘만큼은 '(형도)바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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