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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텔레콤은 김미현에겐 은인이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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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미현 측은 의리를 택했다. 김미현의 아버지 김정길씨는 한 회장에 이어 발언을 자청해 "더 큰 기업도 필요없고, 여유도 생겼다. 진짜 어려울 때 도와준 분들에게 등을 돌린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김미현도 "힘들 때 삼촌처럼 대해주신 걸 잊을 수 없다. 제발 나를 한별가족에서 빼지 말아 달라"고 울먹였다. 이후 김미현은 조건 없이 한별텔레콤 로고를 새긴 채 LPGA 무대를 누볐다. 이 일화는 선수와 후원사의 관계가 단순히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감동 사례로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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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정신과 이미지를 고려할 때 소속 선수라 해도 눈감아주기 쉽지 않은 추문이었다. 이럼에도 하이트진로는 윤이나와 동행을 계속했다. 올 시즌 징계 경감으로 KLPGA투어에 복귀한 뒤엔 아낌없는 후원을 이어왔다.
그런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끝나자마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윤이나와 하이트진로 간의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하이트진로는 윤이나와 재계약 우선 협상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계 관계자는 "아직 양측의 우선 협상 기간은 도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이나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3라운드를 마친 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퀄리파잉시리즈(QS)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윤이나는 당시 취재진과 만나 "미국에 가려고 QS를 치른다기 보다 경험을 더 쌓기 위한 과정"이라며 "QS 결과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겠지만 만약 되더라도 내년 거취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LPGA투어는 세계랭킹 기준으로 QS 예선 면제 혜택을 부여한다. QS 신청 마감일(9일) 기준 세계랭킹 75위 이내 선수에겐 곧바로 최종전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 윤이나는 지난 9일 기준 세계랭킹 32위다. 이런 가운데 하이트진로와의 결별설이 나왔다. 이에 대해 골프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윤이나가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계약을 연장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단순 내수 기업이 아니다.
윤이나가 미국 진출을 시도한다는 설과 함께 외국계 기업의 후원 참여설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윤이나가 QS 신청으로 미국 진출 가능성을 연 가운데 공교롭게도 후원 계약 종료설까지 불거졌다. 우연치곤 미묘하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 '영원'이란 단어는 통용되지 않는다. 다만 시작보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건 불변의 법칙. 때론 한 순간의 선택이 남은 길을 좌우하는 건 프로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신뢰와 의리로 이어졌던 인연이 끝자락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과연 윤이나와 하이트진로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