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꾸준하게 10년, 20년 야구를 해야 하는 선수니까요."
KIA 타이거즈 좌완 곽도규(21)는 지난해 급성장한 유망주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팀 동료 3루수 김도영(22)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곽도규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곽도규는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1군 필승조로 급부상하며 71경기, 4승2패, 2세이브, 16홀드, 55⅔이닝, 평균자책점 3.56으로 맹활약했다. 팀 내 홀드 2위였다.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되며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처음부터 곽도규가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아니다. 곽도규는 공주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42순위로 KIA에 입단했다. 2023년에는 1군에서 14경기, 11⅔이닝, 평균자책점 8.49에 그치며 아쉬움을 샀다. 제구가 일정하지 않았다. 삼진 14개를 잡는 동안 4사구 12개를 기록했다.
정재훈 KIA 투수코치는 "사실 모든 코치들이 다 그렇지 않나. 선수가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 정도 1군에서 자리를 잡게 해주고 싶고, 또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곽)도규 같은 경우가 그랬다. 처음에 봤을 때 가진 재능이 좋은 게 많고, 또 충분히 1군 불펜에서 잘할 수 있겠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봤다"고 신인 시절 곽도규를 되돌아봤다.
아쉬움 가득했던 데뷔 시즌 이후 곽도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 코치는 "본인이 기회를 잘 살렸다고 본다. 자기가 기회를 잘 잡아서 지난해에 잘한 것 같다. 일단 2023년 기록을 보면 스트라이크 비율이 조금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지난해는 그렇게 압도적으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지는 않은데도 2023년도보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많이 높아지면서 본인이 조금은 유리한 볼카운트로 끌고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선수의 특이한 투구 폼이라든지, 좌타자들도 그렇고 우타자도 조금 치기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라는 점이 부각된 것 같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지면서 덕분에 경기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자신감까지 붙어서 1년을 쭉 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곽도규는 지난해 연봉 3300만원을 받는 유망주였다. 지난 시즌 팀의 필승조로 자리를 잡은 만큼 큰 폭의 연봉 인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걱정이 생긴다. 선수 스스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 것을 체감하고, 더 잘하기 위해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자칫 꼬일 수가 있다. 곽도규와 같은 저연차 선수들에게 이런 위험이 큰 편이다.
곽도규는 평소 연구를 많이 하는 선수다. 이런 선수일수록 더 잘하려는 욕심에 과하게 투구를 수정하거나 보완하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지도자들은 보통 어린 선수들에게는 "좋을 때는 그 상태 그대로 두는 게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보완하려다가 자칫 좋았던 감까지 잃어 2~3년을 헤매는 경우를 허다하게 봤기 때문.
정 코치는 "도규 스타일 자체가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그런 성향이다. 지난해 잘했는데, 아직은 그 모든 것이 다 자기 것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도규에게 이야기하거나 주문하고 싶은 게 지난해 잘했던 그 몇 가지들을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한다고 하고 싶다. 올해와 내년까지 한 2~3년 정도는 꾸준하게 그렇게 본인이 갖고 있는 것들로 잘한 다음에 '아 이런 것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점이 나는 조금 부족해서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게 분명히 나온다. 그럴 때 보완하려고 하면 되는데, 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라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노파심을 숨기지 않았다.
정 코치가 곽도규에게 이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다음 시즌에도 왼손 필승조로 꼭 팀에 필요한 선수여서다. 마무리투수 정해영(24)과 셋업맨 전상현(29), 올겨울 트레이드로 영입한 마무리투수 경쟁 후보 조상우(31)와 함께 곽도규까지 시너지효과를 내야 2년 연속 우승 도전에 힘이 실린다.
정 코치는 "도규가 작년 1년 잘했지만, 프로에 와서 1년 잘하고 만약에 그 이후로 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짜 잘한 것은 아니지 않나. 10년, 20년은 야구를 해야 하는 선수기에 일단 본인이 갖고 있는 것을 조금 더 완성도 있게 갈고 닦는 게 먼저라고 주문했다. 계속 도규에게는 그런 주문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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