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프로 데뷔 이래 최고의 한해를 보냈지만, 여전히 주전 경쟁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주전 경쟁자였던 '50+9억' FA 듀오의 현실을 감안하면 행복 그자체다.
롯데 자이언츠 박승욱(33)의 주전 자리는 올해도 확정이 아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박승욱을 두산 베어스에서 이적해온 전민재, 신예 이호준 한태양 등과 경쟁시킬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시작된지 3주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 '엘롯라시코'로 치러질 개막전 선발 유격수는 역시 박승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는 성실함은 선수단 내에서 귀감으로 꼽힌다.
손호영-고승민-나승엽 등 내야 전반이 수비보다 공격력 쪽에 방점이 찍혀있고,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롯데 내야의 상황을 감안하면 유격수 자리에 어린 선수를 기용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팀내에서 박승욱보다 훨씬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선수들도 있었다. '50억 FA' 노진혁, '우승 베테랑' 김민성이 대표적이다. 박승욱이 SK 와이번스와 KT 위즈를 거친 뒤 방출선수로 합류한 것과 달리, 이들은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반짝이는 카메라 불빛 속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최후의 승리자는 결국 박승욱이었다. 특히 지난해 생애 첫 100안타 돌파(106안타), 최다 홈런(7개)-타점(53개)에 이르기까지 실력으로 스스로의 입지를 지켜냈다. '방출선수 성공신화'라는 말을 부끄러워하기보단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다. 반면 노진혁과 김민성은 퓨처스 캠프에서 와신상담 중이다. 오는 16일 1~2군 교류전을 통해 1군 합류의 비전을 꿈꿔야하는 상황.
박승욱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장타력 부족과 강하지 않은 어깨다. 하지만 박승욱은 이를 보다 기민한 몸놀림으로 이겨냈고, 2년 연속 OPS(출루율+장타율) 0.7을 넘기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올해 목표 역시 부상없이 주전으로 풀타임 활약하는 것. 지난해보다 한결 가벼워진 발놀림이 돋보인다. 생전 처음 접하는 타이페이돔에 대해 묻는 대만 취재진의 질문에도 "인조잔디라 그런지 생각보다 공이 구르지 않더라. 대신 불규칙 바운드 같은게 많이 나올 것 같진 않다. 천장이 검은색이라 뜬공 처리는 고척돔보다 훨씬 편하다"며 침착하게 답하는 그에게 베테랑의 존재감이 뿜어졌다.
박승욱에겐 2020년 KT 시절 이후 5년만의 가을야구 도전이기도 하다. 데뷔 이래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로선 가을야구로 야구인생의 큼직한 방점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인상깊었던 대만 야구선수로는 역시 린위민을 꼽았다. 그는 "좌타자 우타자 가리지 않고 몸쪽 바깥쪽 자유자재로 공을 꽂아넣더라. 직구 뿐 아니라 변화구 구사능력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대만전은 새 시즌을 앞둔 박승욱에겐 쇼케이스 무대이기도 하다. 박승욱은 "친선경기라곤 하지만, 막상 대만 현지에 와보니 관심과 스케일이 남다르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치르고 싶다"면서 "우리에겐 올해 첫 실전 경기를 대만 대표팀과 치르게 됐다. 흥미롭고 감사하다. 즐기고 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타이베이(대만)=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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