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잔잔했던 미디어데이에 그나마 웃음꽃을 피워준 이는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이었다.
정 감독은 입담꾼이 없었던 이번 미디어데이의 유일한 씬스틸러였다. 작정한 듯 재치 있는 말솜씨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 감독은 올 시즌 김천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스타트부터 부상자가 없다. 다르게 이야기 하면 훈련량이 적었다는 뜻"이라는 재치 있는 대답을 내놨다. 처음으로 K리그1에 도전하는 유병훈 FC안양 감독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멋모르고 할때가 좋다"며 "작년에 경험 해보니까 할 만 하더라. 자신감을 가지세요"라는 말로 '빵' 터뜨렸다.
지난 시즌 서울 유니폼을 입은 맨유 출신 린가드(FC서울)는 올 시즌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서울의 장점으로 "우리 캡틴이 김기복이라는게 강점"이라며 팬들의 웃음을 터뜨렸다. 린가드는 올 시즌 서울의 주장이다. 'K리그 최고의 에이스' 세징야(대구FC)가 '다른 팀에서 함께 뛰고 싶은 선수'로 "린가드를 대구로 데려와서 경기를 뛰고 싶다"고 하자, 린가드는 "세징야가 서울로 오라"고 재치 있게 맞받아쳤다. 박창현 대구 감독과 김기동 서울 감독은 마치 두 선수를 품은 양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의 재치 있는 도발도 눈에 띄었다. 지난 시즌 수원FC의 에이스였던 미드필더 정승원은 올 시즌 서울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은중 감독은 "김기동 감독님이 정승원을 데려가면서 사용 설명서를 안 가져가셨다. 시즌 중반 승원이가 우리 팀에 돌아오거나, 김 감독님이 설명서를 달라고 하실 것"이라고 했다. 김기동 감독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예전부터 눈여겨본 선수다. 수원FC와 다른 포지션에서 활용할거라 설명서는 필요 없다"고 받아쳤다.
올 시즌 예상 우승팀을 꼽아달라 하자 각 팀 선수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팀을 꼽았다. 지루하던 차, 마지막 답변에 나선 안양 이창용이 공기를 바꿨다. "K리그에 가장 많은 돈을 대주시는 하나은행이 모기업인 대전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왔고, 올 시즌 4년 연장 계약을 맺어 2028년까지 후원 예정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먹먹했던 순간도 있었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 김하늘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때였다. 김양은 대전 서포터스였다. 유병훈 감독은 "7세 딸을 키우는 입장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전날 빈소를 다녀온 황선홍 대전 감독은 가슴에 추모 리본을 달고 미디어데이에 나섰다. 그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다 축구 가족이고 김하늘양도 축구 가족이라 생각한다. 가족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이도 어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가 하늘로 갔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좋은 곳에서 밝은 모습으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추모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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