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올드 벗 골드!(Old but Gold!)"
7년 전 갓 서른 살 '빙속 철인' 이승훈이 직접 했던 말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 직후 코카콜라체육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승훈은 2022년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하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4년 후)35세가 많다고 볼 순 있지만, 세계적으론 그 나이에 금메달을 땄던 선수들이 많다"며 도전의 뜻을 분명히 했다. "올드 벗 골드(Old but Gold)란 말이 있다. 나이는 '올드'지만 '골드'를 하겠다"는 인상적인 수상 소감으로 화제가 됐었다. 2023년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 4연속 올림픽 메달의 위업을 이룬 뒤에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네덜란드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진심으로 즐기는 법을 배웠다. "좋아하는 스케이팅을 취미처럼 즐기고 있다"고 했다. 37세 철인, 이승훈의 즐기는 스케이팅이 세월을 거스르고 있다. 7년 만에 눈부신 금빛 레이스로 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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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은 24일(한국시각) 폴란드 토마슈프마조비에츠키 로도와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7분48초05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스프린트 포인트 60점으로 바르트 홀버르프(네덜란드·7분48초50·40점), 안드레아 조반니니(이탈리아·7분48초56·21점)를 물리치고 짜릿한 역전우승을 일궜다.
'매스스타트 전문가' 이승훈의 뒷심 레이스는 눈부셨다. 계획이 다 있었다. 초반 후미에 웅크린 채 체력을 비축했다. 총 16바퀴중 8바퀴를 돌 때까지 20명 중 18~20위를 유지했다. 12바퀴까지 16위에 머물다 3바퀴를 남기고 8위로 순위를 바짝 끌어올렸다. 2바퀴를 남기고 선수들이 지쳤을 무렵 폭풍 스퍼트로 순식간에 3위로 치고 나가더니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첫 번째 곡선주로 바깥쪽에서 전광석화처럼 선두로 올라선 후 전력질주,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37세 철인'이 보여준 믿어지지 않는 광경, 올림픽 메달리스트, 20대 선수들을 모조리 제쳐낸 소름 돋는 막판 대역전 레이스에 팬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2009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장거리 레이서' 이승훈에게 매스스타트는 최적의 종목이다. 이날 레이스에서 쇼트트랙의 유려한 코너링, 장거리 선수의 지구력과 노련한 레이스 운영 능력이 어김없이 빛났다. "결승선을 앞두고 한치의 기회 있다면 잡을 수 있다"던 자신감은 사실이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이승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2025년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띠동갑 후배들과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합작하며 한국 선수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신기록(9개)을 경신한 이승훈이 곧바로 이어진 국제대회에서 올 시즌 첫 월드컵 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 금메달은 평창올림픽 직전인 2017년 12월 미국 솔트레이크 월드컵 4차 대회 매스스타트 금메달 이후 무려 7년여 만의 쾌거. ISU도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프라이즈!"라며 괴력 레이스에 놀라움을 표했다.
ISU 공식 사이트는 'LEE가 돌아왔다'는 제하에 이승훈이 매스스타트 정상을 탈환한 소식을 전했다. 이승훈은 ISU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정말 행복하다. 나는 더 이상 결과를 위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즐기면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금메달은 내게 큰 보너스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매스스타트 세계 1위 '은메달리스트' 홀버르프는 이승훈의 막판 스프린트에 추월당한 데 대해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인정했다. "이승훈은 이 종목의 진정한 스페셜리스트다. 정말 타이트한 코너를 스케이팅할 수 있고 스피드도 정말 엄청나다. 항상 주목해야 할 선수다. 경기 내내 그를 보지 못했지만 스프린트에서 멋지게 선두로 치고 나갔고 정말 빨랐다. 그는 세계선수권 우승후보"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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