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그러니까요. 잠이 안오네요." 개막전 승리에도 이범호 감독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KIA 타이거즈가 개막전에 너무 큰 전력을 잃었다. 지난해 189안타-38홈런-109타점-40도루라는 괴물같은 활약을 펼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김도영이다. 김도영이 개막전 두 타석만에 안타를 치고 뛰어가던 과정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김도영은 곧장 교체돼 광주 시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햄스트링 일부 손상이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후 영상을 서울에 있는 전문 병원 2곳에도 보내 크로스체크를 마쳤고, 결과는 정확하게 동일했다. 햄스트링 미세 손상 그레이드 1. 다행히 생각보다는 부상의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일단 2주 후 재검진 예정이다. 2주 후 재검진에서도 100%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는 상태. 이제 얼마나 빨리 회복한 후 하체 운동까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KIA는 김도영이 빠져나간 개막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해 9대2로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의 표정은 마냥 밝을 수 없었다. 23일 N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 이야기가 나오자 "그러니까요. 잠이 안오네요"라며 얼굴을 만졌다.
공에 맞거나, 다른 선수와 부딪히거나, 특별한 구조물이 있어서 다친 게 아닌 혼자 달리다가 당한 부상이라 더욱 답답하고 안타깝다. 김도영도 1루를 밟고 2루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지 가늠하면서 턴을 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범호 감독은 "부상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본인도 한 베이스 더 가고 싶고, 달리고 싶어서 뛰다가 나온 부상이다. 선수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를 하다가 부상이 나온 것은 존중 받아야 한다"며 김도영을 감싸면서도 "그래도 팀의 중심 선수니까 부상은 조심해야 한다. 본인이 피할 수 있는 부상은 피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범호 감독 역시 선수 생활 후반기에 잦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 이 감독은 "근육 손상은 확실한 답이 없는 것 같다. 저도 부상이 전혀 없다가 한번 크게 다치고 난 후에 발생했다. 아직 의학적으로도 명확하게 밝힐 수가 없는 거다. 선수가 조심을 해야 한다"면서 "선수들에게 조금씩 덜 뛰어도 된다고 이야기 한다. 너무 모든 것을 뛰려고 하는 것은 옛날 내가 했던 야구다. 126경기 할 때는 그럴 수 있지만, 144경기는 엄청난 체력 소모가 있다. 뛸 때, 안뛸 때를 파악하면서 개개인이 자기 몸을 알고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단 김도영 뿐만 아니라 팀내 모든 선수들을 향한 충고다.
KIA는 23일 김도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김도영이 2주 후 재검진에서 크게 호전된 상태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복귀 시기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햄스트링 부상인만큼 빨리 돌아온다고 해도 3~4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아직 시즌 극초반인만큼 완벽한 몸 상태의 김도영이 더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KIA도 버티기에 들어가야 한다. 23일 윤도현을 선발 3루수로 내세웠던 이범호 감독은 2군에 있는 변우혁에게도 3루 수비 연습을 지시했고,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까지 3루 펑고를 받게 했다. 윤도현이 '포텐'을 터뜨려준다면 베스트 시나리오지만, 혼자 책임지기에 부담이 크다면 다른 내야수들로 돌아가며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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