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키니(미국 텍사스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고향 팬들 앞에서 연이틀 화끈한 이글 쇼에 버디 파티를 벌였다.
셰플러는 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근교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90만 달러)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쳤다.
전날 코스레코드에 1타 모자란 61타에 이어 이틀 내리 맹타를 휘두른 셰플러는 중간 합계 18언더파 124타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댈러스에서 자랐고 지금도 댈러스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셰플러는 800만명이 거주하는 댈러스 생활권에서 몰려온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고 있다.
1라운드에는 3천여명의 셰플러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셰플러가 출전하지 않았던 작년보다 1라운드 입장 관객이 27% 늘었고, 유료 주차증 구매도 21% 증가했다. 심지어는 셰플러가 경기를 벌이는 동안 1억6천만원어치의 입장권이 팔렸다.
경기장 내부에 마련된 각종 대회 기념품 상점 매출 역시 작년보다 35% 많아졌다.
이날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셰플러는 8번째 홀인 17번 홀까지 1타도 줄이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를 했다.
1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으로 홀 3m 옆에 보낸 뒤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타수 줄이기에 시동을 거는 듯했던 셰플러는 경기장 주변에 뇌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악재를 만났다.
무려 6시간 동안 클럽 하우스에서 대기하느라 막 끌어올린 감각이 식어 버리는 듯했지만, 날씨가 좋아져 다시 코스에 나서자 셰플러는 무서운 기세로 버디를 쓸어 담았다.
1, 2번 홀 연속 버디에 이어 5∼7번 3개 홀 연속 버디를 뽑아냈고 9번 홀(파5)에서도 멋진 벙커샷으로 버디를 보탰다.
셰플러는 "경기가 중단된 동안 선수 식당에 가서 음식을 많이 먹었다. 다른 선수들과 앉아서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특별히 한 건 없다"면서 "기분 좋다. 이틀 동안 잘 쳤다. 전반적으로 내 경기에 매우 만족한다. 아주 좋다. 집에 가서 조금 쉬고 내일을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승을 쌓았지만 올해는 지난 연말 손바닥 부상 여파로 시즌을 늦게 시작해 아직 우승이 없는 셰플러는 "내 경기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회에서 늘 좋았다. 전반적으로 꽤 안정적인 골프를 했다. 그래서 제 경기력이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우승이 임박했음을 자신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 나갔다가 컷 탈락을 겪고 돌아온 임성재가 한국 선수 가운데 이날은 가장 돋보였다.
3언더파 68타를 친 임성재는 중간 합계 7언더파 135타, 공동 16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임성재에게 6시간 경기 중단은 약이 됐다.
10번 홀에서 시작한 임성재는 12번(파4), 16번 홀(파4)에서 버디 2개를 뽑아냈지만 17번 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보기 퍼트를 넣지 못해 한꺼번에 2타를 잃었다.
9번 홀을 앞두고 경기 중단 사이렌이 울리고 6시간 동안 쉬고 나온 임성재는 6번(파4), 8번(파4), 9번 홀 등 막판 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3타를 줄였다.
임성재는 "기다리느라 정신적으로 힘들긴 했다. 하지만 6시간 동안 컨디션 관리하면서 잘 보냈다"면서 "후반에 제때 버디가 나와주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셰플러에 11타나 뒤진 임성재는 "선두를 신경 쓰지 않고 남은 라운드에서 버디를 많이 만들면 성적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에 열심히 쳐서 순위를 조금 더 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셰플러와 이틀 동안 함께 경기한 김시우도 쉬고 나온 뒤가 더 나았다. 경기 중단 전에는 제자리를 걸었던 김시우는 경기가 재개된 뒤 버디 3개에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였다.
김시우는 6언더파 136타, 공동 25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생각보다 버디를 많이 못 했다. 남은 이틀은 조금 더 부담 없이 공격적으로 타수를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셰플러와 이틀 경기에 김시우는 "가끔 연습 라운드를 하지만 대회 때 같이 쳐보니 정말 배울 점이 많다. 특히 정신력에서 배울 게 많았다. 나도 조금 더 바뀌고 성장할 계기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1오버파 부진으로 컷 탈락 우려를 낳았던 김주형은 5언더파 66타를 때려 공동 63위(4언더파 138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지만 컷 통과는 불투명하다.
안병훈은 5번 홀까지 1타를 줄여 4언더파가 됐다.
2번 홀까지만 경기한 강성훈은 1타를 줄여 2언더파로 잔여 경기를 치른다.
CJ의 초청으로 참가한 2023년 KPGA선수권대회 우승자 최승빈은 이날도 1타를 더 잃어 합계 4오버파 146타로 컷 탈락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는 공동 140위에 그쳤다.
전날 2오버파 73타로 부진했던 교포 아마추어 기대주 크리스 김(잉글랜드)은 2라운드 경기를 아예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날 경기가 한동안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바람에 상당수 선수는 해가 질 때까지 2라운드를 마치지 못해 4일 3라운드 경기 전에 2라운드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2라운드 최종 순위는 유동적이며 컷 기준 타수 역시 2라운드 잔여 경기 종료 후 결정된다.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130타를 적어낸 샘 스티븐스(미국)가 2위에 올랐고 리키 카스티요(미국)가 11언더파 131타, 단독 3위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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