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찰리 반즈를 떠나보낸 롯데 자이언츠, 종착지는 영광과 새드엔딩, 둘 중 어느쪽일까.
입지가 불안했던 외인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 외국인 선수 퇴출 1호는 반즈로 결정됐다. 2022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에 입문한지 4년차 시즌, 5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쉬운 작별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연봉 150만 달러(약 21억원)에 재계약을 맺었기에 더욱 그렇다.
반즈는 지난 3년간 통산 86경기 32승 28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한 롯데의 에이스였다. 입단 첫해 스파크맨부터 스트레일리, 윌커슨, 데이비슨까지 매년초 파트너는 바뀌었지만, 반즈는 늘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140㎞대 후반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곁들인 안정감이 돋보였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1선발급 외인'은 아니었지만, 팀 사정상 에이스 역할을 요구받았다. 그리고 일정 부분 팀의 기대에 보답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LG 트윈스와의 개막전부터 3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개막전 포함 올시즌 8경기에서 5실점 이상 경기만 4번, 장점이었던 안정적인 이닝 이팅도 무뎌졌다.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도 4번이나 있었다. 평균자책점이 5.32에 달했다.
직구 구속이 140㎞대 안팎으로 하락한 게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다른 변화구 위력도 떨어졌고, 반즈 본인의 심리도 흔들렸다. 기록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검진 결과 왼쪽 견갑하근 손상이란 진단을 받았다. 크로스체크 결과도 같았다.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무려 8주, 사실상 전반기 아웃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내전근 부상으로 6주 넘게 이탈한 반즈를 그냥 기다려준 과거가 있다. 김태형 롯데 감독에겐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돌아온 반즈의 후반기 활약은 나쁘지 않았지만(6승4패 평균자책점 3.19) 롯데를 가을야구 무대로 이끌진 못했다.
그래서 롯데도 우물쭈물했던 작년과는 달랐다. 가을야구를 향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롯데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2022-2025, 땡큐 찰리 반즈(Thank you! Charlie Barnes)'라는 문구와 함께 반즈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반즈는 "롯데에서의 시간에 대해 얼마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고 운을 I다. 이어 "팀 동료 여러분, 저를 받아주시고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매일 함께 운동하며 노력했던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라고 회상하는 한편 "구단 관계자 여러분, 언제나 기꺼이 도와주시고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과정을 최대한 수월하게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고마워했다.
또 "팬 여러분, 저와 제 가족을 따뜻하게 대해주신 그 마음은 평생 간직하겠다. 롯데 팬들의 열정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라며 "경기의 승패는 언젠가 잊히겠지만, 한국에서 만든 추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란 마음을 전했다.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그라운드에 설 날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부활도 다짐했다.
반즈와의 동행은 '새드엔딩'으로 끝났지만, 롯데가 만약 올해 2017년 이후 처음, 8년만의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영광'의 선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반즈의 자리를 메우는 선수가 강력한 1선발의 존재감을 보여줘야한다. 롯데의 새 외인은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에서 뛰었던 알렉 감보아다. 평균 151㎞ 직구를 뿌리는 왼손 투수다. 마이너리그 통산 131경기(선발 41)에서 28승22패 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한 바 있다.
감보아는 오는 16일 입국한다.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퓨처스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점검한 뒤 1군에서 투구할 예정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