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기고 싶어서 그랬다."
KIA 타이거즈 맏형 최형우(42)가 투지가 뭔지 후배들에게 몸소 보여줬다. 최형우는 1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선수단에 농군패션(바지 위로 양말을 올려 신는 패션)을 제안했다. 말 그대로 '뭐라도 해보자'는 취지였다. KIA는 14일 롯데전에서 0-4로 완패해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선수들이 유니폼을 똑같은 스타일로 맞춰 입어서라도 하나로 뭉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최형우는 농군패션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경기 전 타격 훈련 시간에 배팅볼 투수를 자청했다. 직접 후배들이 던지기 좋은 공을 던져주며 다 같이 타선이 터지길 간절히 바랐다.
최형우의 바람은 제대로 통했다. KIA는 15일 롯데에 7대6으로 신승하면서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장단 12안타가 터진 덕분에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경기 후반 불펜이 흔들리는 바람에 1점차 위기에 놓였지만,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으면서 값진 승리를 지켰다.
최형우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솔선수범했다. 김도영은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오선우는 4타수 2안타 1타점, 김선빈은 4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왜 KIA가 지난해 41살 베테랑 선수에게 총액 22억원에 이르는 비FA 다년 계약을 안겼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계약기간 1+1년, 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 조건이었다. 최형우는 2024년 옵션을 가뿐히 채우고 올해도 4번타자 자리를 지키며 나성범과 패트릭 위즈덤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KIA는 4번타자 최형우의 타격 능력과 클럽하우스 리더의 능력 모두를 고려해 22억원을 과감히 투자했고,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최형우는 경기 뒤 "뭐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선수들에게 농군 바지를 입자고 제안했다. 팀이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 오늘(15일) 배팅 볼을 던져준 것도 비슷한 의미다. 보통 선발에서 빠지면 한번씩 배팅볼을 던지는데, 내 배팅볼을 치는 선수가 경기 때 잘 치는 모습이 보여서 배팅볼을 자청했다. 모두가 필승을 다짐하고 있었고, 이기고 싶어서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시즌 성적 19승22패를 기록해 두산 베어스, kt 위즈와 공동 7위에 올랐다. 6위 NC 다이노스와는 0.5경기차, 5위 SSG 랜더스와는 1경기차로 언제든 다시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다.
최형우는 "후배 선수들에게 따로 조언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라인업에 있는 선수 9명 모두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시기다. 타석에 대충 들어가서 '몇 타석 치고 내려와야지' 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집중력을 갖고 플레이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한마음이 되어 만든 승리다. 선발투수 올러가 4일 쉬고 등판했는데도 공에 힘이 있었다. 투구 수 관리도 잘됐다. 1점차 리드 상황에서 1⅓이닝을 책임진 정해영도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공격에서는 중심타선에 배치된 김도영, 최형우, 김선빈이 찬스를 잘 해결해 줬다. 오선우도 경기가 거듭될수록 공수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선수들 수고 많았다"고 총평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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