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전북 현대가 자랑하는 '3기통 엔진'이 홍명보호에 이식될 수 있을까.
대표팀에 승선한 전진우(26) 김진규(28) 박진섭(30)은 전북의 무패를 이끈 주역들이다. K리그1 득점 랭킹 선두 전진우 뿐만 아니라 김진규와 박진섭 모두 중원에서 뛰어난 활약을 앞세워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행 굴욕을 겪었던 전북을 몰라보게 달라진 팀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전진우는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감격을 누렸다. 거스 포옛 감독 체제에서 인사이드 포워드로 각성하면서 15경기 10골을 기록 중.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커리어 하이' 기록을 쓰면서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내고 있다. K리거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김진규와 박진섭은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다. 김진규는 2022년 7월 열렸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2년 11개월, 박진섭은 지난해 3월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이후 1년 3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김진규는 올 시즌 초반 벤치에서 출발했고, 박진섭도 센터백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전북이 무승 부진에 빠졌던 3월 초 김진규가 중원에 자리를 잡고, 박진섭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오는 변화가 이뤄졌다. 김진규는 중원에서 패스 연결 고리 뿐만 아니라 결정까지 짓는 좋은 움직임을 보였고, 박진섭은 헐거웠던 전북의 중원을 탄탄히 지키는 버팀목으로 맹활약했다. 이들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전북은 3월부터 K리그 11경기 연속 무패(7승4무)의 고공 행진을 이어왔다. 3월 A매치 당시 부상 등을 이유로 중원 구성에 고심이 깊었던 홍명보호에게 두 선수는 좋은 카드가 될 만했다.
명단 합류는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주전으로 가기 위해선 피나는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전진우는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 황희찬(29·울버햄턴) 등 내로라 하는 선배들이 버틴 대표팀 측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냉정하게 보면 백업 내지 후반 교체 카드 역할로 6월 2연전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 유럽파보다 나은 컨디션이 자산이지만, K리그에서 보여준 기량이 대표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훈련을 통해 증명하는 게 우선이다. 활발한 공수 가담과 폭넓은 움직임, 패스 연결 능력 등을 갖춘 김진규나 센터백-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 가능한 박진섭 역시 쓰임새는 좋은 자원이지만 기존 주전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경기력을 우선으로 보고 선발했다"는 홍 감독의 구상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게 선결과제라 할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