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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무슨 역사를 쓸까' MLB 최초기록, 미국을 흥분시킨 김혜성. 그의 선발출전이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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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메이저리그(MLB)에 뜬 '혜성'은 또 어떤 빛을 뿜어낼 것인가.

MLB가 한국에서 온 루키의 놀라온 활약으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LA다저스가 지난 겨울 포스팅으로 영입한 김혜성(26)이 공수에 걸친 놀라운 활약으로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꿔버린 것이다.

김혜성은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겨우 빅리그에 콜업된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지만,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 나와 MLB의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이날 김혜성은 양키스와의 경기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김혜성의 첫 4안타-5출루 경기였다. 3루타만 추가했다면 '사이클링 히트'도 달성할 뻔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김혜성은 수비에서도 놀라운 실력을 펼쳤다. 3회초 수비 이닝. 무사 1, 2루 때 2루 뒤쪽으로 이동해 있던 김혜성은 요빗 비바스의 직선 타구를 몸을 날려 잡은 뒤 그 기세 그대로 2루까지 달려가 슬라이딩으로 글러브를 뻗어 2루 주자 오스틴 웰스까지 아웃시키며 '도움 없는 더블 플레이(Unassist Double Play)'를 달성했다. 혼자 아웃카운트 2개를 채운 것이다.

이어 6회초 수비 때는 중견수로 이동하더니 선두타자 애런 저지를 보살시켰다. 김혜성은 저지의 타구가 좌중간 외야를 가르고 원바운드로 펜스를 맞고 나오자 이를 재빨리 잡아 2루로 빠르고 정확하게 송구했다. 김혜성의 송구 능력을 얕본 저지는 결국 2루에서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김혜성의 MLB 1호 외야 보살 장면이었다.

김혜성의 이런 활약은 금세 MLB 전체를 흥분시켰다. 알고보니 20세기 이후 처음으로 나온 대활약이었던 것.

통계전문업체 옵타 스탯츠는 20세기 이후 현대야구 시대(Modern era)에서 한 경기에 홈런 포함 4개 이상의 안타를 치면서 동시에 수비에서 단독 더블플레이와 외야 보살까지 기록한 건 김혜성이 최초라고 밝혔다. 진정한 의미의 '멀티 플레이어'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공격에서 사이클링히트급 타격을 하면서 동시에 내야와 외야를 거치며 진기록을 세운 건 거의 오타니 쇼헤이의 한 시즌 '50홈런-50도루'에 버금가는 기록이라 평가할 만 하다. 어떤 면에서는 다시 재현되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한번의 활약으로 김혜성은 단숨에 MLB전체가 주목하는 '슈퍼루키'의 반열에 올랐다. 이날 활약 덕분에 팬그래프닷컴 기준 김혜성의 대체선수 대비 기여도(fWAR)는 0.2에서 0.6까지 급상승했다.

이는 김혜성이 내셔널리그(NL) 신인왕 경쟁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NL 신인왕 구도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드레이크 볼드윈(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fWAR이 1.3이고 그 뒤로 팀 타와(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리암 힉스(마이애미 말린스)가 0.7을 기록 중이다. 김혜성은 fWAR 기준으로 4위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신인왕에 도전해볼 만 한 위치가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김혜성은 아직까지는 LA다저스의 주전플레이어가 아니다.

1일 경기 후 "김혜성은 평균 이상의 어깨와 팔을 갖고 있고,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아주 훌륭하다. 또한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 역시 잘 수행하고 이용할 줄도 안다"며 극찬했던 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은 2일 양키스전 때는 다시 김혜성을 선발 제외했다.

양키스가 선발로 좌완 투수 라이언 야브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로버츠 감독은 여전히 자신이 신봉하는 '플래툰 시스템'의 틀에 김혜성을 밀어넣고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 홈팬들은 놀라운 활약을 펼친 김혜성을 잊지 못하고 있다. 2일 양키스전 때 선발 제외됐던 김혜성이 8회말 대타로 등장하자 홈팬들은 환호하며 김혜성의 등장을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다저스 팬들의 마음속에 김혜성은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진짜 '혜성'같은 인물이 됐다.

결국 로버츠 감독은 2일 경기를 마친 뒤 "김혜성이 다음 경기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성은 3일 오전 11시 10분에 에 열리는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오게 된다.

이날 메츠의 선발은 우완투수 폴 블랙번이다. 블랙번은 2017년 오클랜드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4~5선발급으로 나오다가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일에 메츠로 이적했다. 그러나 메츠에서 5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해 8월 24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 때 타구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이후 허리 디스크 증세까지 겹치며 그대로 시즌 아웃된 블랙번은 스프링캠프 막판인 지난 3월 말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다시 재활에 들어갔다.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에서는 7경기에 선발로 나와 2승2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결국 거의 10개월 만에 다시 빅리그 선발로 돌아온 셈이다.

한창 타격에 자신감이 오른 김혜성에게는 쉬운 상대라고 볼 수 있다. 김혜성은 지난 4일 빅리그 콜업 이후 22경기에서 타율 0.413(46타수 19안타) 2홈런 7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는 무려 1.036에 달한다. 최근 7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은 0.455(11타수 5안타)에 OPS 1.318로 치솟는다. 기간 한정으로 보면 다저스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중 하나라 볼 만하다.

게다가 김혜성은 우완 투수를 상대로도 타율 0.400(45타수 18안타)에 OPS 0.949를 찍고 있다. 이런 김혜성에게 부상에서 막 복귀한 블랙번은 멀티히트를 뽑아내기 좋은 투수인 셈이다.

만약 김혜성이 또 다시 1일 양키스전에서 펼쳤던 맹활약을 다시 보여준다면, 로버츠 감독이 밀고 있는 플래툰 프레임을 깨트리고 진정한 주전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더불어 NL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확실하게 상위권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과연 김혜성이 메츠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