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늘 팬들의 응원이 굉장했다. 아드레날린이 확 끓어오른 것 같다."
인생투를 펼친 남자의 표정은 후련한 기쁨이 가득하다. 7이닝 99구를 던진 피로 따윈 진작에 날려버렸다.
3일 롯데 자이언츠 알렉 감보아의 인생투가 그랬다. 감보아는 빅리그에 오르지 못한 7년의 설움을 토해내듯, 7이닝 동안 키움 히어로즈 타선을 상대로 단 2안타, 1볼넷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특히 7회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6회까지의 투구수는 84개, 7회초 마운드에 오른 감보아는 흥이 나서 즐기는듯 했다. 투구폼이 한층 더 역동적으로 바뀌었고, 직구 구속을 다시 끌어올렸다.
당초 우타자 상대가 약점으로 꼽혔던 그다. 7회 3타자는 모두 오른손 타자였다. 하지만 첫 타자 김건희에게 체인지업 하나만 섞어 150㎞ 안팎의 직구를 쏟아낸 끝에 삼진, 베테랑 이형종에겐 조금더 조심스러운 승부를 펼치되 직구 구속이 153㎞까지 올라갔다.
압권은 마지막으로 상대한 오선진이었다. 이날 안타 하나를 친 오선진을 상대로 152, 153, 155㎞ 직구를 연달아 때려넣으며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특히 마지막 스트라이크는 채찍처럼 휘둘러진 감보아의 손끝에서 대포알처럼 튕겨나와 그대로 바깥쪽 꽉찬 코스에 꽂혔다. 타자가 손쓰기 힘든 공이었다.
경기 후에는 데뷔 첫승을 거둔 감보아를 위한 '물폭탄' 파티가 펼쳐졌다. 감보아는 팬들과의 인사를 마친 뒤 그대로 그 자리에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만난 감보아는 "1회초부터 우리 타선이 먼저 점수를 내면서 좀더 편안하게, 자신있게 던졌다. 타자들에게 고맙다"며 먼저 감사를 전했다.
이어 "대구에서도 이렇게 열성적이고 많은 야구팬은 처음 보는 느낌이었는데, 사직은 그 대부분이 우리팀 팬 아닌가.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웃었다. 7회를 마치고 내려가는 감보아에겐 1선발을 기다려온 롯데 팬들의 폭발적인 함성과 연호가 쏟아졌다.
"팬들의 응원이 정말 엄청났다. 1이닝 더 갈수도 있나? 라는 생각까지 할 만큼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155㎞ 직구는)아드레날린이 폭발해서 최대한 세게 던져봤다. 한국 공인구가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4일 휴식 후 등판도 문제없을 거라고 본다."
그는 "한국 타자들은 파울을 치면서 기다리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승부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많아졌다. 또 주자들의 주루플레이가 굉장히 좋다. 오늘처럼 주자가 나가지 않으면 좀더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돌아봤다.
특히 5월 27일 삼성전 때 3중 도루를 허용했던 '폴더 인사' 루틴에 대해서는 "그게 원래 투구폼이 맞다.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고 나면 수정하는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감보아는 첫 등판 때도 3중도루를 허용한 뒤론 허리를 숙이는 동작 없이 남은 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이날 현장에는 감보아의 가족들이 찾아왔다. 특히 두 형은 경기내내 열정적인 리액션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동료들과 함께 감보아에게 물을 쏟아붓는 등 열정적인 파이팅이 넘쳤다.
"보다시피 두 형이 꽤 활발한 성격이다. 시간맞춰 한국에서 이런 경기를 봐줘서 고맙다. 정말 사랑한다. 둘다 야구랑은 전혀 무관하고, 레슬링을 잘한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