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주전 안방마님을 과감하게 2군으로 보냈다. "수비와 블로킹이 무뎌졌다"는 일침을 더한 질책성 2군행이다.
롯데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 전에서 접전 끝에 4대2로 승리, 모처럼 시리즈 루징의 사슬을 끊어냈다. 선발 감보아의 2경기 연속 호투에 마지막 김동혁의 슈퍼캐치가 어우러진 열정만점의 승리. 0.5경기차 위태로운 3위도 가까스로 지켜냈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톱3'에 첫발을 디딘 건 4월 17일이다. 갑작스럽게 연승 분위기를 타면서 1주일만에 3위가 됐고, 다음날은 2위까지 올라갔다. 이후 4위에 머무는 시간이 있었지만, 5월1일 다시 3위로 올라선 뒤론 꾸준히 2~3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4연속 루징의 부진을 겪으며 6월 6일 4위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주말 두산 베어스전을 위닝으로 장식하며 위태롭게 3위 자리를 지켜냈다.
특히 8일 1군 말소 현황에 김태형 롯데 감독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였다. 주전 포수 유강남을 비롯해 정상호 배터리코치, 김민재 벤치코치가 1군에서 한꺼번에 말소됐다.
김태형 감독은 부상도, 거듭 지적받아온 볼배합 문제도 아님을 명확히 했다. 그래도 뒷받침하는 정보근이나 손성빈 대비 볼배합이나 노련함 면에선 유강남이 한수위라고 거듭 말해온 그다.
"수비와 블로킹이 무뎌졌다. 전날 교체도 도루 저지 문제 때문"이라고 명확히 밝히며 "2군에서 좀더 준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름값이나 베테랑이라는 부분에 연연하기보단 팀에 현재 필요한 부분, 그리고 실력에 초점을 맞춘 용병술이다. 황성빈 나승엽 윤동희 등 부상 선수가 많은 와중에 과감한 결단이다.
유강남은 지난해 7월 왼쪽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은 뒤 시즌아웃, 올시즌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8.6%(도루 32개 허용, 3개 저지)에 불과한 도루저지율이 문제다. 유강남이 2루 송구에 문제를 보이다보니 경기 후반에는 정보근, 손성빈이 대신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번 기회에 아쉬운 부분을 확실하게 바로잡고 오라는 지적이다. 정상호 코치를 함께 내려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즌초 활발했던 타격에서도 5월 타율 2할3푼1리, 6월 1할8푼8리로 하락세를 겪던 상황이었다.
김민재 코치의 2군행은 '파견'의 의미를 담았다. 2군에 머물되 부산 홈경기 때는 합류하는 방식이다.
최근 2군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며 몇차례 어려움을 호소했던 김태형 감독이다. '부상병동'의 상황에서 2군에 머물고 있는 1군 선수들의 보다 세밀한 관리, 2군 선수들의 적극적인 발탁에 초점을 맞췄다. 유강남의 2군행과 더불어 또하나의 경고가 될 수 있다. 상반기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인 전민재에 이어 장두성 이호준 한태양 김동혁 등이 1군에 에너지를 더하고 있는 롯데다.
한번 올라선 자리는 놓치지 않는게 승부사의 기질이다. '숨고르기'나 '한발 후퇴'는 없다. 올해 롯데는 어디까지 달려갈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