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시속 176.13㎞. 미국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홈런을 연상케 하는 미사일과 같은 타구가 광주에서 나왔다. 소름 돋는 홈런의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오선우다.
오선우는 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일을 냈다. 리그 최고 에이스 코디 폰세(한화)를 휘청이게 하는 홈런을 뺏었다. 0-1로 뒤진 1회말 1사 1루 첫 타석에서 우월 역전 투런포를 쳤다. 볼카운트 2B1S에서 시속 154㎞짜리 투심패스트볼을 통타했다.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였던 폰세를 공략해 홈런을 친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타구 속도가 엄청났다. KIA 관계자는 빠르게 기록을 살피더니 "호크아이(투구·타구 추적 장치)로는 타구 속도 176.13㎞가 찍혔다"며 놀라워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총알 타구를 자주 생산하는 오타니를 떠올릴 만했다. MLB.com의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9일(한국시각)까지 오타니가 올 시즌 기록한 최고 타구 속도는 117.9마일(약 189.7㎞)이다. 오타니가 올해 기록한 타구 속도 상위 50%의 평균은 106.8마일(약 171.9㎞)이다.
물론 투수의 구속이 빨라야 정타로 때렸을 때 타구 속도가 더 빨라진다. 메이저리그 투수만큼이나 빠른 구속을 자랑하는 폰세의 공을 공략했기에 가능한 수치이기도 했다.
오선우의 강력한 한 방은 KIA 선수단에 폰세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충분했다. 폰세는 5이닝 5실점에 그쳐 KBO리그 데뷔 이래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기록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1.80에서 2.20까지 올랐다. KIA는 한화를 연장 10회에 7대6으로 누르며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올해 오선우가 이토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오선우는 배명고-인하대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만년 유망주로 남아 있었다. 올해 연봉은 거의 KBO 최저연봉(3000만원) 수준인 3400만원.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하며 좌절할 법도 했는데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바라보며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
KIA에는 절망스러운 상황이 오선우에게는 오히려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가 됐다. 오선우는 좌완 필승조 곽도규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지난 4월 12일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이후 나성범(종아리) 패트릭 위즈덤(허리) 김선빈(종아리) 김도영(햄스트링) 등 주축 타자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KIA는 오선우를 기용해야만 했다.
오선우는 코너 외야수와 1루수까지 부지런히 포지션을 바꿔 가면서도 방망이의 파괴력을 잃지 않았다. 44경기에서 타율 0.308(146타수 45안타), 6홈런, 21타점, OPS 0.855를 기록했다. 팀 내 타율 3위, 홈런 4위, 타점 4위다. 몸값 150억원을 자랑하는 거포 나성범이 40일 넘게 자리를 비우고, 지난해 MVP 타자 김도영이 없는 상황에서도 KIA가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오선우는 길었던 2군 생활을 되돌아보며 "아무래도 2군에서 잘하고 있어도 기회가 없을 때. 내가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도 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포기는) 생각을 많이 했다. 2군에서 계속 한 살 한 살 먹는데, 내가 야구를 계속 하고 있었으니까.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 버텼다"고 했다. 버티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요즘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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