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린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
경기 전 롯데 더그아웃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전날 8회 극적 역전승 때문. 특히 장두성이 화제였다. 장두성은 레이예스의 역전 결승타가 터지기 전 만루 찬스에서 삼진을 당했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의 칭찬을 듬뿍 받았다. 마운드에 올라온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집중력을 발휘하다 삼진을 당했기 때문이다. 장두성의 분투에 박영현의 힘이 빠지며 역전이 이뤄졌다고 김 감독은 본 것이다. 김 감독은 "이제 한 단계 올라섰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잘해준다"며 제자를 기특해했다.
장두성은 삼진을 당하고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그 모습을 본 정철원은 "삼진 당하고 인터뷰하는 거냐"며 짓궂게 놀렸다. 장두성도 부끄러워했다.
황성빈의 부상으로 새로운 1번-중견수 역할을 부여받은 장두성. 2021년 처음 1군 선수로 등록된 뒤 주로 대주자, 대수비 역할을 하며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정확한 컨택트 능력과 빠른 발, 넓은 중견수 수비 범위로 롯데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롯데가 나승엽, 윤동희, 황성빈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상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건 장두성의 영향이 매우 컸다. 2할도 찍기 힘들던 타율이 올해는 3할3리다. 도루도 벌써 9개나 했다.
약간은 쑥스러옴을 타는 성격인 듯, 최근 활약에 대해 얘기할 때 부끄러워하면서도 야구에 관해서는 당찬 모습을 보인 장두성. 장두성은 "아직 시즌이 길게 남았지만, 올시즌이 내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되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고 말한 뒤 경기에 들어갔다.
이날도 맹활약이었다. 1번 타순에서 3안타 3타점을 몰아치며 대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만년 대주자의 설움을 제대로 풀어나가는 모습에, 롯데팬들도 엄청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연장 10회초. 1사 후 박영현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박영현의 견제에 귀루를 하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데, 박영현의 견제구가 장두성의 오른쪽 옆구리를 때렸다. 공이 흐르자 2루까지 뛰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고 주력도 원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결국 2루에 도착하다니 쓰러졌다.
피를 토했다. 느린 화면 확인 결과 입 주변 충돌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결국 옆구리에 공을 맞은 여파로, 몸 안에서 출혈이 발생해 그게 배출됐다는 것. 크게 위험한 상황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 뒤. 끔찍한 소식이 전해졌다. 예상대로 폐 타박으로 인한 출혈이었다. 일단 안정을 위해 수원의 한 병원에 4~5일 입원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 그렇게 잘 되던 야구인데, 인생 처음 야구로 행복했던 나날인데, 잠시 쉬어가야 하게 됐다.
불운도 이런 불운이 있기 힘들다. 150km 강속구에 사구를 맞아도 멀쩡한 경우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느린 견제구가 하필 폐 부위를 정확히 때렸을까. 박영현도 일부러 맞힌 게 아니기에,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기 힘든 상황에서 장두성의 부상이 크지 않기만을 바래야 할 뿐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