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더이상 참지 않는다. 풍부해진 필승조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염 감독은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5회초에 교체했다. 평소보다 빠른 교체 타이밍이었다. 4-3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무사 1,2루의 위기. 충분히 교체를 생각할 수 있는 타이밍이지만 마운드에 선 투수는 단순한 5선발 정도가 아닌 외국인 2선발 에르난데스였다. 충분히 동점까지 기다려주거나 5회까지 기다릴 수도 있는 상황. 투구수도 72개로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염 감독은 빠르게 교체를 했다. 바로 이정용을 투입했다.
1회에 연속 안타로 1점을 내줬지만 2,3회를 삼자범퇴로 잘 막았던 에르난데스였다. 4회에 볼넷과 우전안타, 폭투, 2루타로 2점을 더 내줬지만 이후 추가점은 내주지 않았기에 좀더 기다려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염 감독은 분명 예전과는 다르게 빠르게 교체를 결정했다.
이정용이 1번 정수빈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3루가 됐고, 2번 김동준에게 느린 2루수앞 땅볼로 3루주자의 득점을 허용해 4-4 동점이 됐다. 이어진 2사 3루서 양의지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최소실점으로 5회를 종료. 에르난데스의 성적은 4이닝 5안타 2볼넷 4탈삼진 4실점이 됐다.
이후 6회초에 손주영을 올려 아쉽게 2실점을 한 LG는 김진성 이지강 김영우 박명근을 올려 두산 타선을 막았고 반격을 했지만 9회말 1점을 얻는데 그쳐 5대6으로 패했다.
패하긴 했지만 이날 염 감독의 선발 투수 교체 타이밍을 통해 달라진 투수 운영을 볼 수 있었다. 양적으로 많아진 필승조를 적극적으로 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예시였다.
LG는 최근 불펜진이 꽤 강화됐다. 유영찬과 장현식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이정용이 상무에서 제대해 오면서 양적으로 두터워졌다. 지난해엔 사실상 필승조라고 할 수 있는 투수가 마무리 유영찬과 셋업맨 김진성 둘 뿐이었지만 지금은 마무리 유영찬 앞에 A조에 장현식 김진성 이정용이 있고, B조로 박명근 정우영 이지강 김영우 등이 있다. 다음주엔 함덕주도 1군에 올라올 예정이라 더욱 필승조가 두터워진다.
필승조가 적을 땐 이기고 있을 때만 써야해 아끼고 아껴야 했다. 하지만 이젠 접전 상황에서도 쓸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선발 투수를 굳이 5,6회까지 어렵게 끌고갈 이유가 없어졌다. 당연히 잘던지면 한계 투구수까지 끌고 가지만 흐름을 넘겨준다고 판단될 땐 지체없이 교체할 수가 있게 됐다.
물론 LG 선발진은 탄탄하다. 5명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래서 더욱 과감하게 불펜을 투입할 수 있다.
염 감독은 "지금부터 전반기 마지막까지가 첫 승부처가 될 것 같다. 순위가 붙어있어서 남은 기간의 성적에 따라 후반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남은 전반기에 불펜 총력전을 펼칠 LG가 어떤 성적표를 낼지 궁금해진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