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적당한 긴장은 몸을 끓어오르게 하는 연료다.
가을야구는 팀에 이롭다. 미래를 이끌 유망주 선수들에게는 돈 주고 바꾸지 못할 값진 경험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삼성 라이온즈 내야 듀오 이재현 김영웅은 가을야구 경험을 토대로 급성장 했다. 최고참 야수 강민호의 첫 한국시리즈였으니 이들에게 얼마나 운 좋은 최고 무대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가을야구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루키 배찬승이다.
입단하자마자 가을야구 무대가 눈 앞에 펼쳐졌다.
참가에 의미를 두는 수준이 아니다. 필승조다. 위기 상황에서 루키 답지 않은 씩씩한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찬승은 11일 인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8회 1사 후 구원 등판, 한유섬 고명준 등 SSG가 자랑하는 좌우거포를 3구 삼진 처리했다. 두 거포를 돌려세우는 데 던진 공은 단 6개.
154㎞ 빠른 공에 140㎞를 넘나드는 예리한 각도의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연신 허공을 갈랐다.
배찬승은 지난 6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도 9회 등판, 1이닝 3타자를 탈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았다. 루키답지 않은 씩씩한 피칭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13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SSG 고명준에게 투런홈런 한방을 맞고 가을야구 첫 실점을 했지만 잇단 실책 속에 나온 실투였을 뿐이었다.
시리즈의 분수령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앞서 실내연습장에서 만난 배찬승은 조용하지만 선배들을 3구 삼진 잡던 그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3구 삼진 비결에 대해 그는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은 다음에 승부를 보려고 최대한 승부를 빠르게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삼성에 막 입단했던 지난해 가을야구. 배찬승은 삼성을 응원하는 관객 중 하나였다.
그는 "그때는 좀 추웠는데 지금은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덥고 몸이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며 파이터 기질을 보여줬다. 그는 첫 가을야구에 대해 "정규 시즌보다는 긴장이 좀 더 되고 던지고 싶었던 무대라 설렘이 컸던 것 같다"며 "적당히 긴장하면 플레이가 더 잘나오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긴장을 연료로 불을 붙이고 있는 파이어볼러. 신기하게도 시즌 초보다 공이 더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시즌 초 150㎞ 초반을 던지던 그는 시즌 중 155㎞, 시즌 후반 최고 158㎞까지 찍었다. 좌완 최초 160㎞ 돌파도 꿈이 아니다.
배찬승은 "운동이나 웨이트를 꾸준히 하고 있고, 먹는 것도 잘 먹기 때문에 몸무게가 안 떨어지고 근육도 계속 채우고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노력의 결과임을 설명했다.
배찬승은 불펜 비교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키플레이어다. 좌완 파이어볼러가 없는 삼성의 단기전에 반드시 필요한 카드. 연투할 수록 강한 투수라 체력 문제도 큰 걱정이 없다. ;
배찬승은 "오래 쉬고 던지면 던진 날이 힘들고 다음 날은 괜찮은데, 오히려 던지고 난 다음 날이 더 공이 더 잘 가고 제구가 잘 되는 그런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11월 WBC 평가전에 출전할 대표팀에 정우주(한화) 김영우(LG)와 함께 루키 트로이카로 승선한 배찬승은 "시즌 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실감이 안난다"며 "이렇게 된 이상 가서 엄청 잘해서 끝까지 이름을 올리는 게 제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숙적 일본전에 대해서도 청소년대표팀 때 처럼 "던지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가을야구 활약을 바탕으로 국제무대 활약을 다짐하고 있는 삼성의 현재이자 미래.
배찬승은 "(가을야구) 이 자리에 있는 게 신기하고 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게 지금의 목표"라며 "상대 팀의 강한 불펜과의 맞대결 상황 속에서 살아남아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