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국가대표선수촌=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 어셈블!"
28일 오전 10시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25년 펜싱국가대표 훈련공개 기자간담회, 월드클래스 형님들이 돌아왔다. 내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 구본길(36·부산시청)과 '올림픽 2관왕' 오상욱(29·대전시청)이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2관왕을 휩쓴 오상욱과 단체전 3연패 역사를 함께 쓴 구본길은 올림픽 직후 선수촌을 처음으로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구본길은 소속팀 부산시청에서 훈련과 육아를 병행하며 모처럼 가족과의 시간을 즐겼고, '슈퍼스타' 오상욱은 대전시청에서 훈련을 하면서 CF, 예능프로그램을 찍고 여행을 즐기며 자유를 만끽했다.
새 시즌 시작과 함께 형님들이 돌아왔다. '뉴 어펜져스' 박상원(대전시청), 도경동(대구시청)에겐 천군만마다. 지난 시즌 베테랑 '월클 형님'들의 빈 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아시아선수권에선 일본에 밀려 금메달을 놓치며 5연패가 불발됐고, 세계선수권에선 노메달을 기록했다. 올림픽 챔피언, 펜싱코리아의 팀 랭킹이 헝가리,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에 이어 5위로 내려앉은 상황, 형님들 속도 편할 리 없었다.
입촌 2주차, 오상욱의 입은 부르터 있었다. "이틀 만에 입이 부르텄다. 머리도 그냥 기르고 있다. 머리 관리같은 건 생각도 안난다. 그만큼 힘들다"며 웃었다. 돌아온 이유는 분명했다. 아시안게임 시즌, '항저우 2관왕' 오상욱의 시선은 대한민국 펜싱 전체를 향하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생각하고 들어온 건 아니다. 아시안게임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우리나라 세계랭킹이 많이 내려왔다. 대한민국이 세계 정상으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4개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세상의 모든 메달을 가진 그랜드슬래머의 개인 목표는 '행복 펜싱'이었다. "예전엔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고, 남들의 시선에 따라 목표를 잡는 게 많았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 하자' 생각한다. 첫 대회인 알제리월드컵의 경우, 톱랭커들은 많지 않지만 그런 대회서도 '8강 이상' '몇 명은 이겨보자' 나만의 목표를 세우려 한다. 남들 보기에 좋아보이는 목표보다 눈치 안보고 내 마음에 드는 목표를 세워 하나씩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4번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다 타이'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캡틴' 구본길은 아시안게임 단독 최다메달 기록을 언급하자 역시 말을 아꼈다. "내년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당장의 월드컵, 그랑프리에서 랭킹을 올려야 아시안게임도 나갈 수 있다. 코앞의 대회 하나하나에 내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주장이자 맏형 구본길은 고심 끝에 새 시즌 대표팀 컴백을 결정했다. "국가대표 선발전 대통령배 대회 우승 후 집에 돌아가다 눈물을 흘렸다. 내가 펜싱을 이렇게 사랑하는데 밀어내고 있었을까. 아내도 적극 응원해줘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했다. 12명의 남자 사브르대표팀 중 7명이 2000년대생, 띠동갑 후배들이다. 구본길은 "벌써 국가대표 18년차다. 어린 후배들을 보며 18년 전 내가 저 모습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땐 모두 한곳을 바라보고 열심히 했던 기억뿐이다. 사브르가 메달 불모지였기에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그냥 열심히 했다. 요즘은 내 행동이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마음을 털어놨다. 나이를 떠나 꿈과 열정의 온도는 같다. 구본길은 "어린 선수들의 열정에 나도 다시 끓어오르더라. 18년 전 나처럼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메달을 향한 간절한 모습이보인다. 그 모습을 지키면 모두 아시안게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선배들의 가세에 후배들도 기세가 올랐다. 도경동은 "형들이 돌아와서 분위기가 끓어올랐다. 형들이 전술, 기술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덕분에 더 열심히 하면서 내 기술들을 더 연마하게 된다"고 했다. 박상원은 "작년 형들의 부재속에 힘들기도 했다. 형들이 복귀하면서 반등의 기회가 생겼다. 형들이 늘 '믿고 따라오라'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나도 형들과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1년 만에 다시 완전체가 된 '어펜져스'는 내달 6~9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에서 시즌 첫 포디움에 도전한다. 진천선수촌=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