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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림 2년 동행'정근식 교육감의 아주 특별한 마이너리티 감수성 "'모두의 스포츠'로 몸X마음 근육 키우는 서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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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서울 학생 모두가 함께 진정으로 도전하고 극복하며, 수많은 성취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이 지난달 25일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스포츠조선-서울시장애인체육회-위피크 주최·주관)에 참가한 후 SNS에 올린 글이다. 정 교육감은 2024년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서울림운동회를 찾았다. 1년 후에도 서울대체육관을 찾은 '서울 교육의 수장'은 가을 오후 내내 서울리머들과 현장 동행했다. 빅발리볼 등 통합 스포츠 종목을 직접 체험하고, 최선을 다한 학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여러분의 꿈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서울림운동회 현장서 진행된 박재호 스포츠조선 편집국장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 정 교육감이 서울 학생들의 몸 건강, 마음 건강, '모두의 스포츠'에 대한 혜안과 통찰을 공유했다.

▶서울림운동회의 팬, 마이너리티 감수성

'서울림운동회의 팬' 정 교육감의 장애 인식, 마이너리티 감수성은 남다르다. 서울대 사회학과 80학번인 정 교육감은 몸의 사회학, 장애의 사회사에 천착해온 학자다. 2002년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함께 낸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다양한 몸의 평등한 삶을 꿈꾸며'라는 책에서 그는 '장애의 새로운 인식을 위하여:문화 비판으로서의 장애의 사회사'를 집필했다. 1990년대 초, 소록도 100년사 편집위원장을 맡아 한센병 환자들을 마주한 건 장애와 다름에 대한 관심의 시작점이다. 한센인 관련 연구논문만 16편에 달한다. 정 교육감은 "한센병은 '스티그마(상흔)'를 남긴 후엔 전염성이 없음에도 신체적 변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평생 고통받는다. 결국 장애라는 건 사회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보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이후 유학한 제자, 동료들을 통해, 한글 점자를 창시한 박두성 선생의 따님인 고 박정희 할머니를 모시고 수업을 하면서 장애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커졌다"고 돌아봤다.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시선과 고민은 특수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후보 시절 서울 전 자치구 특수학교 건립을 공약했고, 서울시교육청은 2040년까지 9개의 공립 특수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난달 22일 동진학교(중랑구 신내동) 기공식에 다녀온 정 교육감은 "2017년 서진학교 건립 때 장애학생 학부모가 무릎 꿇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젠 동진학교에 이어 성진학교도 설계 공모를 시작했다"고 했다. "동진학교도 6년이나 지연됐다. 6년간 그곳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전교생이 111명인데 500명 이상 아이들을 놓친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애학생의 70% 이상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진학하는 현실, 모두를 위한 통합체육 활성화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정 교육감은 "체육교사의 통합체육 수업 전문성, 특수교사의 체육 교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을 내실화하고, 신체활동 중심 초등은 통합교육, 스포츠 중심 중등은 특수교육 학생을 위한 개별화된 체육활동 위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내에 '유·청소년 통합체육교실 활성화'가 반영된 것을 계기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통합 스포츠' 종목을 추가하는 데 대해서도 정 교육감은 "충분히 고려 가능하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8년째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운영중이다. 올해는 역대 최다 학생이 참여했다. 종목, 대상이 계속 확대되는 만큼 통합 스포츠 종목 추가도 고려될 수 있다"면서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종목을 신설하는 것은 모두가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스포츠 문화를 확산하는 뜻깊은 계기"라는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서울림운동회에 대한 지지는 확고했다. "서울림운동회는 장애-비장애학생이 함께하는 통합체육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학교와 지역사회, 전문기관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 서울림운동회가 모두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서울교육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학생들의 몸 건강, 마음 건강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서울학생 마음건강 증진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 교육감은 "우리 교육은 머리를 키우는 교육이다. '지덕체' 중 체력은 약해지고 자꾸 지력 중심으로 교육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불안, 우울, 외로움이 심화되고 있다. 몸 근육처럼 마음 근육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보다 영양과 체격은 좋아졌는데 마음은 작아지고 있다. 안전을 중시하면서 모험, 도전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안전과 모험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신체활동의 중요성, 호연지기를 키우는 교육적 자구책을 역설했다. 정 교육감은 "졸업 후 기억에 남는 추억은 보통 두 가지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한 것, 체험학습 간 것"이라면서 "요즘은 시끄럽다는 민원 때문에 운동회를 못 여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건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체험학습 가서 안전사고가 났다고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잘못됐다. 학교 폭력을 무조건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도 문제다. 교육의 문제는 정치나 법이 아닌 교육적 가치, 교육적 시선, 교육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마음건강'을 위한 학교체육 활성화의 정책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학교체육 활성화 노력이 최근 몇 년새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교육감배 종목별 대회를 회복해 육상, 수영, 체조 등 기초종목부터 학생 스포츠를 장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5일 2019년 이후 중단됐던 '서울특별시교육감배 종목별 대회' 재개를 공식 발표했다.

학창 시절 체육시간을 떠올리는 정 교육감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초등학교 때 축구공을 너무 갖고 싶어 친구들과 돈을 모아 황등면에서 이리(현 익산시)까지 몇 시간을 걸어 공 사러간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땐 전교생이 일주일에 2시간씩 유도를 배웠다. 중학교 땐 핸드볼, 고등학교 땐 농구 선수들과 한반에서 공부한 것도 좋았다. 다양한 지향을 가진 친구들이 함께 하는 '통합교육'이었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최근 뿌듯했던 스포츠 성취담도 풀어놨다.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나이츠 홈경기서 시구를 했는데 '골인!', 전국체전 고대부고 핸드볼 응원을 가서 슈팅을 했는데 또 '골인!', 학생 연수원에서 한 클라이밍 체험도 '완등'했다."

스포츠와 '함께'의 가치를 아는 정 교육감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로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의 철학을 설파했다. "불확실한 미래,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다양한 정답을 찾으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창의력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경쟁교육이 아닌 협력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박재호 편집국장, 정리=전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