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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서 말을 못하겠네" 마지막 가을야구 영웅 → 13년 원클럽맨 안녕…울컥한 작별인사 "롯데 레전드로 남고 싶었는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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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화 받고 '멍' 했다. 내가 롯데를 떠난다고? 13년을 뛰었는데…"

2017년 롯데 자이언츠 마지막 가을야구를 이끈 주역 중 한명. 13년간 원클럽맨이었던 박진형이 부산을 떠난다.

박진형은 19일 진행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지명을 받아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수화기 너머 박진형의 목소리는 이미 함빡 젖어있었다. 그는 "오늘 상동(2군 연습장)에 다녀왔는데 너무 많이 울었다. 내일은 사직에 인사드리러 갈 예정"이라며 "그런데 다들 아직 일본에 있어서…"라는 말로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대만 윈터리그 참여 선수들을 제외한 롯데 1군 선수단은 오는 24일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귀국한다.

하지만 이날 박진형은 서울로 향한다. 키움은 같은날 강원도 원주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고척돔으로 돌아온다. 키움은 이날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안치홍 추재현 배동현 박진형과의 상견례를 함께 진행할 예정. 키움 구단은 박진형 지명에 대해 "베테랑 영입을 통해 불펜을 보강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형은 전날 첫 연락을 받은 순간에 대해 "그냥 멍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2군 매니저한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발표가 나면서 전화, 카톡이 쏟아졌다. 전화 받는 동안에도 이게 무슨 일인가, 어떻게 된 거지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뒤늦게 실감이 났다. 아 내가 13년을 뛴 팀을 이제 떠나는구나, 다른 팀으로 가는구나. 현실이 다가왔다."

박진형은 "그래도 2차 드래프트에서 날 뽑아주신 거니까, 인정받았다 생각하고 좋은 기회로 삼겠다. 키움 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는 속내도 전했다.

롯데는 올해도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이대호가 돌아온 2017년 준플레이오프 진출은 현재까지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다. 그리고 이해 겨울 강민호가 FA로 롯데를 떠난 이후 8년 연속 가을야구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2017년은 2013년 이래 13시즌 중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오른 유일한 해이기도 하다.

당시 필승조가 바로 박진형이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진형의 커리어하이는 2016~2017년이다. 특히 2017년에는 후반기 31경기에 등판, 3승1패 10홀드2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하며 팬들의 가슴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박진형이 부활해야 롯데가 가을야구를 갈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온 이유다.

이후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23년말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뒤 다시 각오를 다졌다. 소집해제 직후 박진형은 "이대호 선배 은퇴식날도 현장에 갔는데, 그라운드에서 함께 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지하철에서 롯데 유니폼, 특히 내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보면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가을야구에 동백유니폼 입은 팬들의 모습을 다시한번 보고 싶다. 그렇게 롯데 레전드로 남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박진형은 지난 2시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롯데팬들에겐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됐다.

올시즌초 최고 148㎞ 직구를 선보이며 부활을 선언했지만, 그 기세를 길게 이어가진 못했다. 후반기 부진이 거듭되며 아쉬움만 남겼다. 아무래도 포크볼이 주무기인 투수의 특성상 직구 구속이 잘 나오지 않으면 제 기량을 펼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몸이든 마인드든 내가 스스로 컨트롤했어야했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가운데 던지기 급급했다. 생각 없는 투구가 많았다. 더이상 못보여주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다."

박진형은 "첫날은 구속도 잘 나오고 좋았는데, 이후로 팔도 뭉치는 증상이 나오고 긴장도 많이 하면서 투구 내용이나 멘털적으로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뒤론 투구폼 교정을 했다"고 올한해를 돌아봤다.

박진형은 항상 웃는 얼굴로 투구에 임할 만큼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부진과 병역으로 인한 공백을 롯데에선 극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롯데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하자 박진형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렸다. 떨리는 목소리로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13년 동안 정말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 함성 정말 잊지 않겠다. 부산팬들 사랑 덕분에 지금까지 롯데 선수로 뛸 수 있었고, 팬들의 기다림에 아직 제대로 보답도 못했는데, 꼭 우승 한번 하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실망을 안겨드린 상황에서 다른 팀으로 가게 됐다. 아까 너무 많이 울었는데 지금도 뭉클해서 말을 못하겠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많이 아쉽다.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