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토사구팽'이 이런 것일까.
내년 중국 슈퍼리그 승격을 확정 지은 충칭 퉁량롱이 장외룡 감독(66)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충칭은 12일(한국시각) 성명을 통해 '구단은 장 감독과 면담을 거쳐 현 상황과 향후 발전 계획 등을 고려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 장 감독은 오늘 부로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장 감독은 지난 9월 말 충칭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충칭은 갑급리그(2부) 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2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광저우 바오의 맹렬한 추격 속에 승격을 장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장 감독은 옌볜 룽딩전에서 패했으나 이후 6경기에서 4승2무를 기록했다. 이 결과 충칭은 광저우와 승점, 골 득실 동률을 기록했으나 상대전적 우위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2위 자리를 수성하면서 슈퍼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중국 족구보는 '충칭이 승격을 확정 지은 날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홀로 구석에 오랜 시간 앉아 있었다'고 최종전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충칭의 승격은 장 감독 스스로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22년 5월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충칭 당다이 리판이 재정난으로 해체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바 있다. 당시 장 감독은 구단 해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허사였다. 이후 야인 생활을 했던 장 감독은 3년여 만에 다시 중국 무대로 돌아왔고, 자신이 몸담고 있던 충칭에 둥지를 틀고 슈퍼리그 승격에 도전한 퉁량롱을 이끌고 복귀하게 됐다. 장외룡 감독과 마찬가지로 당다이 리판 해체 뒤 퉁량룽으로 건너온 베테랑 미드필더 황시양은 승격이 확정되자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으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충칭이 슈퍼리그에 복귀한 직후부터 장 감독의 거취에 대한 소문이 이어졌다. 중국 현지에선 충칭이 슈퍼리그 승격에 맞춰 장 감독 대신 외국인 지도자 선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충칭 축구를 위해 헌신하다 돌아와 두 달만에 팀을 1부로 끌어 올린 장 감독이지만, 충칭의 시선은 냉혹했다. 결국 사임 발표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충칭 구단은 '이 순간 우리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감사하다는 말을 뛰어 넘는 깊은 마음'이라며 '훈련장에서 작전판을 들고 열정적으로 외치는 그의 모습이 훈련장에서 사라진 뒤 우리는 감독님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 지 깨닫게 됐다. 우리 팀에 인내, 노력, 희생 정신을 깊이 아로새기고 갔다'고 적었다. 이어 '장 감독은 충칭 축구가 부활하면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뛰어난 전술과 집중력으로 팀을 하나로 묶어 충칭이 1265일 만에 슈퍼리그로 복귀하게끔 했다'며 '아쉬운 작별이지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충칭은 언제나 당신의 고향으로 남을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충칭 팬들은 장 감독의 퇴장에 아쉬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성명이 게재된 구단 SNS 계정에는 '그 보다 더 나은 감독을 구할 수 있을까', '너무 냉혹한 결정' 등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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