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스님의 명화 읽기…"예술과 종교는 한뿌리서 자란 다른 줄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대표작 '해바라기'엔 활짝 핀 싱싱한 꽃과 씨를 맺으며 반쯤 고개를 숙인 꽃, 이미 시들어 줄기가 꺾인 꽃들이 한 화병에 공존한다.
해인사승가대학 전(前) 학장대행이자 AI부디즘연구소장인 보일스님은 이 그림에서 "삶 속에서 죽음을, 행복 속에서 고통을, 영원 속에서 유한함을 보고 그것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았던 불이(不二)의 시선"을 읽는다.
보일스님은 새 책 '미술관에 간 스님'(불광출판사)에서 반 고흐를 "불교와 가장 닮은 화가"라고 표현했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화가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어"라는 구절은 불법의 대의를 묻는 시인 백낙천에게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라"던 도림선사의 답과 일맥상통한다.
서른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며 반 고흐가 남긴 "이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은, 다시 태어남이 괴로움이고 태어나지 않음이 행복이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는 반 고흐를 포함해 보일스님의 불교 코드로 읽은 34명 서양 예술가의 작품 이야기가 담겼다.
성경 누가복음 속 탕자의 비유를 바탕으로 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아'에선 불교 법화경 신해품에 기록된 장자궁자의 비유와의 유사성을 떠올린다.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도시의 고독한 풍경에서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앤디 워홀의 끝없이 복제된 이미지들 속에선 색즉시공(色卽是空), 곧 형상과 명성이 얼마나 허망하게 비워져 가는지를 되새긴다.
서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보일스님은 "예술과 종교, 혹은 철학은 마치 한뿌리에서 자라난 다른 줄기와 같다"며 "인간이라는 조건, 유한한 삶 속에서 무한을 갈망하고 고통의 바다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처절한 몸짓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예술과 종교가 공통으로 매달렸던 질문들을 명화 속에서 읽어내면서 스님은 인생에 대한 지혜와 일상의 위로도 함께 나눈다.
보일스님은 서문에서 "위대한 예술이나 수행이 이르는 곳은 결국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삶의 순간순간을 더 깊이 사랑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유한한 존재의 경이로움을 온전히 껴안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360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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