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 작가 바누 무슈타크 단편집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해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인도 작가 바누 무슈타크의 소설집 '하트 램프'(Heart Ramp·열림원)가 번역 출간됐다.
'하트 램프'의 수상은 여러 가지로 문학사에 기록할 만한 사건이었다.
수상작은 무슈타크가 인도 카르나타카주의 공용어인 칸나다어로 쓴 단편소설 중 열두 편을 골라 엮은 것으로, 장편소설이 아닌 소설집이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첫 사례였다. 또 칸나다어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도 최초였다.
무엇보다 가부장적 체제에 저항하는 인도 여성들의 이야기로 주목받았다.
'하트 램프' 속 이야기의 주된 무대는 남인도의 이슬람 문화권이다.
이곳의 여성들은 온전한 '나'로서 주체적인 삶보다 딸, 아내, 며느리, 어머니로서 전통적 가족의 역할을 강요받는다.
"모든 꽃이 신부를 장식하는 행운을 얻는 것은 아니다. 어떤 꽃은 무덤을 위해서만 꽃을 피운다."
단편 '불의 비'에 수록된 문장이자 소설집 맨 앞에 나오는 이 문장은 가부장 제도와 관습의 장식물로 소모되는 여성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억압과 소외의 일상을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문장으로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표제작인 '하트 램프'에서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주인공은 친정으로 돌아오지만, 친정 식구들로부터 위로는커녕 '참고 견디라'는 핀잔만 듣는다.
'샤이스타마할을 위한 석판들'에서는 아내를 끔찍이 사랑해서 아내만을 위한 타지마할을 짓겠다는 어느 남편의 위선을 폭로하고, '불의 비'에선 아버지의 재산에 대한 합법적인 자기 몫을 달라는 여동생의 요청을 철저히 묵살하는 종교인의 모습을 그렸다.
작가는 빈곤, 조혼, 재산권, 교육 문제 등을 다루면서도 여성을 단순히 피해자가 아닌 불평등과 소외에 맞선 인물로 그려냈다.
여성으로서 주체의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여성의 정체성과 연대 의식을 작품 속에 새겨넣은 것이다.
1943년 인도 카르나타카주에서 태어난 무슈타크는 종교 근본주의와 가부장제를 타파하기 위한 운동에 참여해온 변호사이자 활동가다.
그의 문학 활동은 '반다야 사히티야'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반다야 사히티야는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1970년대 후반 인도 남서부 지역에서 시작된 저항문학 운동을 말한다.
소설집은 '하트 램프'라는 제목처럼 읽는 이의 마음에 불을 밝힌다. 억압에도 굴하지 않는 회복력과 생의 의지, 연대 의식에 대한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이야기다.
김석희 옮김. 316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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