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절정의 기량을 펼치는 차세대 미드필더 이현주(23·아로카)가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태클로 원맨쇼 활약을 스스로 깎아내렸다.
이현주는 22일(한국시각) 포르투갈 아로카의 아로카시립경기장에서 열린 나시오날과의 2025~2026시즌 리가포르투갈(1부) 23라운드 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4-2-3-1 포메이션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현주는 후반 2분 상대 진영 파이널 서드에서 공을 잡아 우측 빈 공간을 향해 달려가는 동료 알폰소 트레자에게 패스를 연결해 선제골을 도왔다.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센스로 상대 허를 찔렀다. 전성기 시절 남태희(제주)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후반 6분 상대 미드필더 치헵 라비디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까지 안은 상황, 이현주는 후반 22분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교체투입한 공격수 파블로 고살베스의 슛을 상대 골키퍼가 몸을 날려 쳐냈고, 이를 페널티 지역 우측에서 대기 중이던 이현주가 달려들며 빈 골문 안으로 헤더로 밀어넣었다.
이로써 이현주는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아로카에 입단한 후 처음으로 단일경기에서 골과 도움을 동시에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10경기에서 5골, 최근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는 절정의 폼을 뽐냈다.
리가 포르투갈은 엄연히 유럽 리그 랭킹 6위에 빛나는 리그로, 만만히 볼 수 없는 무대다. 그런 무대에서 한국인 선수가 핵심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경기당 평균 1개에 달하는 포인트를 생산하고 있다.
후반 22분까지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해도 이현주였다. 아로카는 기세를 몰아 후반 27분 딜란 난딘의 쐐기골로 스코어를 3-0으로 벌렸다.
남은 시간 굳히기만 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이현주는 후반 34분 상대 선수를 향한 거친 태클로 첫번째 경고를 받더니 4분 뒤인 후반 38분 또 한 장의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자기 진영에서 동료의 전진패스를 키핑하는 과정에서 볼 터치가 다소 길었다. 공은 옆에 있던 나시오날 풀백 레니 발리에르에게로 향했다. 당황한 이현주는 공을 되찾기 위해 몸을 날려 태클을 가했는데, 이현주의 스터드는 공이 아닌 발리에르 무릎을 가격하고 말았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반칙이었다. 이현주 본인도 파울 직후 한 손을 들어 반칙을 인정했다.
퇴장 변수는 없었다. 아로카는 10명 대 10명으로 싸운 남은시간 3대0 스코어를 지켜내며 값진 승리를 따냈다.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쓸어담은 아로카는 7승5무11패 승점 26으로 11위로 한계단 점프했다. 어느덧 강등권에서 벗어나 한 자릿수 순위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 팀이 11골을 기록하는데 기여한 '핵심' 이현주는 이날 퇴장으로 오는 28일 '리그 최강' FC포르투와의 23라운드 원정경기에 결장할 전망이다. 추가 징계 가능성도 있다. 리그 선두팀을 상대로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포르투 홈구장인 에스타디우 두 드라가오는 포르투갈에서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누비고 싶어하는 '꿈의 구장'이다. 포르투전에서 활약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해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지난 9월 포르투와의 홈 경기에 결장한 이현주는 이번 퇴장으로 첫 포르투 원정경기도 나설 수 없게 됐다.
1m72 단신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현주는 포항 스틸러스 유스 출신으로 2022년 19세의 나이로 바이에른 뮌헨 2군에 합류해 유럽 도전에 나섰다. 2023~2024시즌 독일 베헨 바스바덴, 2024~2025시즌 하노버96에서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마친 이현주는 출전 경험을 쌓기 위해 지난해 7월 뮌헨을 떠나 아로카로 이적했다. AVS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데뷔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현주는 빠르게 주전을 꿰차 지금까지 21경기를 뛰어 5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대한민국 각급 연령별 대표를 거친 이현주는 지난 2024년 11월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 쿠웨이트전에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홍 감독이 주목하는 '젊은 유럽파' 중 한 명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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