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우승 후보'로 꼽히는 삼성 라이온즈. 시즌 초반을 슬기롭게 넘겨야 할 것 같다. 초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데뷔 23년 만에 소원인 우승을 꿈꾸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41). 25일 오키나와 온나손 볼파크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특유의 싱그러운 웃음 대신 이날 장대비를 뿌리던 먹구름 만큼 근심이 가득했다.
좋아하는 최형우 선배가 합류할 때까지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캠프 현장에는 변수가 속출하고 있다. 시즌 초,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새 외국인 투수 맷 매닝이다. 새 외인 투수 중 최고 구위로 꼽히는 빅리그 1라운더 출신.
24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⅔이닝 만에 3안타 3볼넷 1사구 4실점이란 최악의 투구 내용을 보인 매닝은 경기 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공을 받아준 강민호는 "화가 많이 나 있길래 바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불펜 피칭에서는 힘 있는 공을 뿌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생소한 현지 마운드 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마운드 흙이 깊게 파이면서 밸런스가 무너졌고, 제구가 전혀 잡히지 않아 공이 하늘로 난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무 정직한 성격도 살짝 걱정거리. 강민호는 "용병이라면 자기 스케줄에 맞춰 몸을 관리해도 되는데, 팀의 모든 일정을 다 따라 하려 한다"며 "너의 몸에 맞게 해왔던 느낌대로 하라고 권유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삼성 마운드는 시즌 초가 고비가 될 전망.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치료를 받고 있고, '이닝 이터' 아리엘 후라도도 모국 WBC 파나마 대표팀에 합류중이다.
아시아 쿼터로 기대를 모은 미야지 유라의 페이스도 더딘 편이다.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이 연일 호투하며 기세를 올리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
강민호는 "미야지한테 내일 모레가 개막인데 (아직 피칭도 제대로 못 하면) 뭐 하고 있냐고 말했다"고 했지만, 아직은 바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캠프 초반 최형우가 합류하며 "올해는 우승시켜 주겠다"고 호언장담했을 때만 해도 팀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강민호도 첫 우승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주축 투수들의 연이은 악재 속 그는 "나만 걱정이 많은 것 같다"며 길고 옅은 한숨을 쉬었다.
모든 투수들에게 쉴 새 없이 쓴소리를 하며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승 후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불완전 마운드'. 남은 캠프 기간 어떻게 제거하느냐에 따라 LG와의 2강 구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오키나와=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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