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야마모토 너 나와!'
대회 첫 만루포와 함께 3안타 5타점을 쓸어담으며 일본의 승리를 이끈 오타니 쇼헤이가 팬들 앞에서 하는 인사가 쑥스러웠는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팔을 끌어당기며 수줍게 웃었다. 오타니에게 팔을 잡힌 야마모토가 난감한 듯 원망의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일본 야구대표팀이 오타니 쇼헤이의 뜨거운 방망이를 앞세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경기를 13대0, 7회 콜드게임으로 장식했다.
1번 지명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첫 타석, 상대 투수의 초구를 받아쳐 2루타를 터뜨리며 좋은 타격감을 알렸다.
2회초 오타니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1사 만루 상황, 상대투수 정하오춘의 커브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는 선제 만루포를 터뜨렸다. 일본 대표팀은 계속 점수를 뽑아내며 2회말에만 10득점을 올렸다. 오타니는 타자 일순하며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 2사 1·3루 찬스에서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10대0의 격차를 벌렸다.
이날 경기의 선발은 '오타니의 단짝' 야마모토 요시노부였다. 야마모토는 1회부터 최고 구속 158㎞를 찍으면서 좋은 컨디션을 알렸다. 2⅔이닝을 피안타없이 2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냈으나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마친 선수단이 다시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도쿄돔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날 경기 MVP는 누가 봐도 오타니였다. 곤도 겐스케와 스즈키 세이야는 오타니의 등을 떠밀며 "네가 먼저 나가"를 온몸으로 외쳤다.
오타니가 등을 떠밀리던 그 순간, 그의 눈에 야마모토가 들어왔다. 오타니는 만원 관중 앞에 대표로 나서기 쑥스러웠는지 갑자기 야마모토의 팔을 낚아채 앞으로 끌어당겼다.
오타니는 두 손으로 야마모토의 팔을 붙잡으며 애원하듯 "나 대신 나가줘"를 눈빛으로 호소했다. 선배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어쩔 줄 모르던 야마모토가 수줍게 웃음을 터뜨렸고 스즈키가 그를 감싸듯 옆에 나섰다.
오타니의 간절한 부탁에 야마모토가 앞으로 나섰다. 야마모토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들고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90도 인사를 선사하며 도쿄돔을 다시 한번 열광의 도가니로 물들였다.
야마모토의 선창에 선수들이 뒤이어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타니는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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