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이)동걸 코치님에게 배웠던 커브를 쓰면서…."
KIA 타이거즈 베테랑 좌완 양현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냉정히 본인의 현실을 직시했다. 1988년생, 올해 나이 38살. 구위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게 더는 어렵다는 것을 갈수록 체감하고 있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0㎞ 후반대로 뚝 떨어졌다. 이대로면 풀타임을 버틸 수가 없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동걸 KIA 투수코치에게 커브를 다시 배웠고, 경기에서 조금씩 활용도를 높이자 효과가 나타났다.
양현종은 14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안타 2볼넷 4삼진 2실점 호투로 6대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경기 만에 첫 퀄리티스타트와 승리를 챙겼다. 올 시즌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처음 이겨 더 의미가 있기도 했다.
직구(35개)와 슬라이더(18개) 체인지업(16개) 커브(7개)를 섞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1㎞, 평균 구속은 138㎞에 그쳤으나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양현종은 "변화구를 적절히 섞었던 게 주효했던 것 같고, (한)준수의 리드가 워낙 좋았다. 리드를 많이 따라갔다. 경기 전에 준수랑 이야기했던 게 잘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팀 득점 지원도 필요할 때 받아서 나도 더 힘을 내서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양현종은 이어 "아무래도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까 최대한 변화구 컨트롤이나 완급 조절을 많이 신경 쓰려고 하고 있고, 그러면서 결과가 좋았다. 시즌 초에 동걸 코치님께 배웠던 커브를 쓰면서도 비율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골고루 던지다 보니까 삼진을 많이 잡지 못해도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을 한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런 구종(커브) 하나가 더 생겨서 작년보다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고, 나도 언제든지 편하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이라고 생각해 기분 좋다. 타자들을 현혹할 수 있는 그런 피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프로 통산 2672⅓이닝을 자랑하는 철완이다. 2013년 171⅓이닝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리그 최초 10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를 달성했고, 지난해까지는 리그 최초 11시즌 연속 150이닝 투구 대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는 150이닝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웠다. 이날 6이닝 투구도 억지로 길게 끌고 간 게 아니다. 본인이 가능하고 팀이 필요한 선에서 긴 이닝을 던졌다.
양현종은 "개인 성적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예를 들면 전날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못 던졌을 때, 나는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나 개인적으로 이닝을 많이 던져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나 스스로도 단호할 만큼 과감히 (이닝은) 포기했다"고 또 한번 강조했다.
구위가 떨어졌다는 평가 속에서도 양현종은 여전히 KIA 국내 1선발이다. 이의리 김태형 등 후배 투수들이 아직은 기대 이하이기도 하지만, 양현종은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며 끝내 안정감을 찾아 대투수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양현종은 "팀이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분 좋다. 시즌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잘 던지고 못 던지고를 떠나서 내가 나가는 경기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 그 목표를 항상 생각하며 던지려고 한다"고 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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