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김병기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별다른 설명 없이 열 달째로 접어들면서 수사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아직 들여다볼 것이 남았다는 입장이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쉽사리 결론 내지 못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0일 7차 소환을 끝으로 신병 처리나 송치 여부 판단 없이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일부 혐의를 분리 송치하겠다고 밝혀왔으나,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수사가 안 된 부분이 많이 있다"며 분리 송치 여부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에 경찰 안팎에선 일부 핵심 진술의 변경과 법리적 한계 등으로 수사가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김 의원의 전 동작구의원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다. 공여자들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 측 요구에 따라 총 3천만원을 건넸다가 돌려받았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공개되며 불거진 의혹이다.
그런데 돈을 건넨 전직 구의원 한 명은 돈을 되돌려받은 시점을 2020년 6월로 못 박았다가 '전달책'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과의 대질신문에서 5월일 수도 있다고 정정했다고 한다. 회수 장소로 지목된 사무실이 그해 6월 공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1억원 수수' 의혹을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며 민주당 공천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업무방해) 수사도 진척이 더딘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김 의원보다 앞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김경 시의원 후보가 강 의원에게 1억원을 줬다고 폭로 회견을 계획 중이다. 전화기도 꺼져있다'는 소문을 미리 인지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정황이 조사 중 나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 의원이 '묵인'으로 공천업무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 현직 차장검사는 "지위를 이용해 의혹을 무마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경 후보에게 공천을 주기로 한 회의에 김 의원이 불참한 것도 같은 자리에서 지역구 동작구청장 경선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란 진술 역시 나왔다고 한다.
김 의원에 대한 처분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그의 각종 의혹을 고발한 시민단체가 경찰에 '항의 공문'을 보내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달 30일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에 관한 철저한 수사와 신속한 수사 결정 요청'이란 제목의 수사 촉구서를 서울경찰청에 발송했다.
이 단체는 "권력이 결부된 여러 사건이 지지부진한 수사 진행으로 혼선을 가져오고 있다"며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 결정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경찰이 김 의원에 대한 처분을 당분간 쉽게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 의원 신병 확보를 시도하거나 송치·불송치 등 처분을 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정치적인 해석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수사대로 할 뿐, 외부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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