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먼(미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해발 2000m대 고지대를 미리 경험한 '캡틴' 손흥민(34·LA FC)은 '고지대 월드컵'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입장에선 최고의 '표본'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026년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에서 멕시코 고지대 원정을 두 번 다녀왔다. 해발 2800m 높이에 있는 톨루카, 2200m의 크루스아술에서 뛰었다. 평소보다 움직임이 더뎠다. 고지대 여파로 보였다. 종료 휘슬이 울린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손흥민은 멕시코 경기를 마치고 평지로 돌아온 이후가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대표팀 훈련 인터뷰에서 "멕시코에선 지금(솔트레이크)보다 훨씬 높은 무대에 올랐다. 2800m 높이에서 뛰는 건 확실히 쉽지 않았다. 상대팀 선수도 힘들어하는 걸 봤다"며 "멕시코 원정에 다녀와서도 힘들었다. 심리상 그곳에 있다가 오면 훨씬 쉬울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빡빡한 스케쥴이기도 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이 말에 고지대 적응의 중요성이 담겨있다고 대한축구협회(KFA) 수석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말했다. 송 박사는 28일 미국 유타주 헤리먼의 자이언스 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손흥민은 (일정상)고지대 적응을 하지 않고 경기를 뛰었다. 보통 고지대에서 뛰면 산소가 부족해지고, 젖산이 근육 내에 쌓인다. 그 상태로 내려와서 경기를 뛰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고지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최소 2주에서 4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한다. 손흥민은 일정상 하루 남짓 적응을 하고 곧바로 멕시코 원정경기에 돌입했다. 몸이 고산지대에 맞춰지지 않은 상태라 경기 중 호흡하는데도 어려웠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송 박사는 "고지대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시간이다. 2주에서 4주 동안 체력을 극대화하고 훈련, 경기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고지대 적응 여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지금까진 대부분의 선수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고 했다.
홍명보호는 다음달 12일과 19일 해발 1571m에 위치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체코, 멕시코와 조별리그 A조 1, 2차전을 치른다. 1500m대 고지대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사전캠프를 해발 1460m에 위치한 솔트레이크시티로 잡았다. 지난 18일 사전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다음달 5일 베이스캠프인 과달라하라로 넘어가기 전까지 2주 넘게 솔트레이크시티에 머문다. 31일과 다음달 4일엔 솔트레이크시티의 BYU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 엘살바도르와 친선경기를 열어 고지대 실전도 경험한다. 골키퍼 조현우(울산)는 "고지대에선 확실히 호흡하기가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일찍 이곳에 와서 고지대를 미리 적응하는 점은 다행"이라고 솔트레이크시티를 사전캠프지로 정한 코치진의 판단을 지지했다.
처음 고지대에 오른 선수들은 낯선 환경과 싸운다. 송 박사는 "고산병 증상은 두통이 먼저 오고, 설사를 하고, 그다음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선수들은 처음엔 그런 점을 힘들어한다"며 "그런 것들이 2~3일 지나면 적응을 해 회복이 된다. 우리가 체크한 데이터를 보면 선수들이 1~2일차에는 별다른 걸 못 느끼다가 3일차에 전부 다 힘들다라고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라고 했다.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시)는 고강도 훈련을 한 이후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문환(대전)은 선발대 중 고산병으로 가장 고생한 선수로 꼽힌다.
KFA는 협회 차원에서 총 4단계에 걸친 과학적 접근법으로 선수들의 고지대 적응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송 박사에 따르면, 선수들은 먼저 조식 전 '웰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 체중, 총 수면시간,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재서 신체 변화를 파악하려는 의도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6일 "난 적응이 됐다. 첫 날 산소포화도가 정상 수치 95에 94, 93까지 떨어졌다. 24일 오후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다"라고 했다. 훈련 전후로 두 번에 걸쳐 체중을 잰다. 송 박사는 "고지대에서 2% 이상 체중이 감소하면 문제가 된다. 2% 이상 체중이 빠진 선수에겐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한다"라고 했다. 훈련 후엔 RPE(Ratings of Perceived Exertion·운동자각도) 체크를 한다. 선수들이 훈련 후 직접 느낀 강도를 직접 체크하는 테스트다. 아침 식사시엔 멀티비타민, 철분비타민, 오메가3, 탈수방지제(전해질보충제)를 섭취토록 한다.
송 박사는 "네 가지 테스트를 통해 체크 분석한 내용을 피지컬 팀과 공유한다. 어떤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어떤 선수의 훈련 강도를 낮출지를 의논한다. 수분이 부족한 선수에겐 수분을 더 보충하도록 유도하고, 수면이 부족하다면 수면 유도제를 통해 수면을 유도한다"라고 했다.
과달라하라와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리는 몬테레이는 솔트레이크와 비교해 고온다습하다. 축구대표팀은 현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훈련 후 '열 적응'을 하고 있다. 송 박사는 "고온다습한 지역에 갔을 때 또 그 환경에 적응하다보면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훈련 후에 냉욕과 온욕을 하며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훈련 후 온탕에 들어가는 건 높은 온도를 유지하게 되면 열 쇼크 단백질의 분해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명보호는 역대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을 목표로 고지대와의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헤리먼(미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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