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승부욕이라고 해야 할까. 과한 겸손이라고 봐야 할까.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눈부신 피칭을 펼치고도 경기 내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를 단 한 개도 내주지 않고 4볼넷과 1사구로 1실점하는 빛나는 투구를 펼치며 4대1 승리를 주도했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5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9월 1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5이닝 무안타 1볼넷 무실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완벽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타니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오히려 안타를 좀 맞더라도 효율적인 피칭을 하는 걸 선택하겠다. 볼넷을 자꾸 내줘 경기 후반까지 길게 던지지 못한 게 아쉽다"고 밝혔다. 그럴 만도 했다. 오타니의 한 경기 4볼넷은 다저스 이적 후 최다 기록이다. 투구수가 많아진 배경이다.
하지만 콜로라도 타자들은 오타니의 강력한 직구와 효율적인 스위퍼를 중심으로 한 볼배합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투구수는 99개였고, 삼진 7개를 솎아냈다. 직구 스피드는 최고 100.3마일, 평균 97.4마일을 나타냈다. 스위퍼는 31%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오타니는 "그래도 오늘 긍정적인 면을 좀 찾아보자면 맞아나간 타구가 강하지 않았다. 그게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그냥 느낌일 뿐인데,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뭔가 말할 수는 있는데 찾기는 어려운 그런 것"이라고 했다. 제구에 대한 불만이다.
이로써 오타니는 시즌 9경기에서 55이닝을 투구해 5승2패, 평균자책점 0.82, 61탈삼진, WHIP 0.82, 피안타율 0.147을 기록했다. 규정이닝서 1이닝이 부족하지만 압도적인 평균자책점을 이어가며 사이영상 수상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피칭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29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168명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다.
오타니는 전날 타격을 하다 오른손에 사구를 맞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어 이날 올시즌 5번째로 투타 겸업을 했다.
그러면서 1회말 첫 타석에서 리드오프 홈런을 때려냈다. 콜로라도 일본인 선발 스가노 도모유키의 3구째 바깥쪽으로 날아든 93.7마일 직구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발사각 21도, 타구속도 111.3마일, 비거리 424피트짜리 시즌 9호 아치. 특이한 건 이날 홈런 세리머니인 해바라기씨 세례를 로버츠 감독이 직접 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회 선두타자 홈런을 친 투수는 오타니 밖에 없다. 앞서 그는 작년 NLCS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4차전, 그리고 지난 2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서 이같은 진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오타니는 2015년 제이크 아리에타 이후 11년 만에 홈런을 치고 6회까지 안타를 허용하지 않은 선발투수로 기록됐다.
오타니가 선발등판 2경기 연속 홈런을 친 것은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3년 6월 10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1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선발등판 3경기 연속 홈런을 친 투수는 1933년 웨스 페럴, 1949년 밥 레몬, 1958년 돈 드라이스데일, 1973년 켄 브렛 등 4명 뿐이다. 오타니가 다음 등판서 또 홈런을 치면 여기에 합류한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 있으면 그는 정말 침착해지고 커맨드도 살아난다. 무엇보다 이 친구는 승부욕이 대단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5연승을 질주한 다저스는 36승20패를 마크, NL 서부지구 선두를 달렸다. 공동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4.5게임차 앞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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