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올해만 하고 그만하겠습니다."
LG 트윈스 새 수호신 손주영은 31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5대3 승리를 지킨 뒤 파격 선언을 했다. 마무리투수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선발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신을 밝혔다. 왜일까.
손주영은 올해 갑자기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팔꿈치 부상 여파로 시즌 출발이 늦어지던 차에 LG 기존 마무리투수였던 유영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 마침 불펜도 많이 불안정하던 차에 염경엽 LG 감독은 묘수를 꺼냈다. 손주영을 마무리로 낙점한 것.
10승 투수의 마무리 전환. 매우 파격적인 선택이었고, 팬들의 반발도 거셌다. 시위 트럭을 잠실야구장에 보냈을 정도. 염 감독은 그럼에도 밀어붙였고, 묘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손주영은 올해 구원 등판한 10경기에서 1승, 8세이브, 11⅓이닝,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마무리투수 가운데도 특급으로 분류할 만한 성적이다.
다만 이날은 영점이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5-2로 앞선 9회초 1사 후 나성범과 김규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2사 1, 3루에서는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만루에서 김도영에게 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해 5-3으로 쫓겼다. 김도영에게 던진 4구 모두 볼이었기에 멘탈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었다.
손주영은 계속된 2사 만루 위기, 거포 아데를린 로드리게스와 승부에서 초구 커터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 볼카운트 1B1S에서 직구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경기를 힘겹게 끝냈다.
손주영은 경기 뒤 "힘이 조금 들어갔고, 연투다 보니까 몸이 조금 힘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도영과 승부는) 공격적으로 가려고 했는데, 제구가 안 됐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손주영은 '마무리로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에 "올해만 하고 그만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유를 묻자 "나는 선발투수로서 큰 꿈이 있다. 100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지금 세이브를 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답하며 웃었다.
손주영은 통산 23승을 기록하고 있다. 100승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팀 사정상 마무리투수로 전향한 지금, 선발승을 빨리 더 쌓지 못하는 아쉬움이 분명 있을 수 있다.
손주영의 희생 아닌 희생으로 LG 불펜은 확실히 안정감을 찾았다. 덕분에 잠깐의 방황을 빠르게 끝내고 현재 시즌 성적 33승20패를 기록,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손주영은 불펜 안정화에 기여한 것과 관련해 "만족한다. 다만 일단 힘이 있을 때 100승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고 꿋꿋하게 답하며 웃었다.
불펜 전환 후 가장 적응이 힘든 것은 연투다.
손주영은 "피로가 누적이 된 것인지 모르겠는데, 지난주에 한번 연투를 하니까 조금 많이 피곤했다. 이번에는 이틀을 쉬고 연투를 했더니 그래도 조금 괜찮았다"고 밝혔다.
이날은 자칫 분위기를 KIA에 넘겨줄 뻔한 실점을 한 게 마음에 걸렸다.
손주영은 "분위기가 정말 좋고, 이 분위기를 이어 가야 하는데 내가 망칠 뻔했다. 오늘(31일) 왜 그랬던 건지, 심리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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