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아주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간발의 차이로 부결됐다, 간발의 차이로 과반을 유지했다,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
'간발의 차이'로 이기고 질 때가 있다. 간발의 차이로 가결되거나 부결되기도 하며, 간발의 차이로 통과되거나 통과되지 않기도 한다. 간발의 차이는 서로 엇비슷할 정도의 아주 작은 차이를 보일 때 약방의 감초처럼 쓰인다. 뻔하지만 익숙한 관용구의 힘이다. 간발은 '사이 간(間)'에 '터럭 발(髮)'을 쓴다. 터럭(털) 하나 사이의 차이라니 보통 아슬아슬한 게 아니다. 이제 위기일발(一髮)의 뜻도 분명해진다. 털 하나 둔 거리에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니까 살길은 오로지 혁신뿐이리라.
흔하게 쓰는데도 한자를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말은 또 있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 할 때 입추다. '설 립(立)'에 '송곳 추(錐)'. 입추의 여지 없이 운동장이 가득 찼다고들 말한다. 송곳 끝조차 세울 만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발 디딜 팀이 없다거나 발 들여놓을 데가 없다고도 한다. 죄다 과장스럽고 상투적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렇게들 쓴다. 뻔하지만 익숙한 관용구의 힘이다.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이 응축된 게 관용구다. 심지어 틀린 말도 관습으로 굳혀 통용한다. 뻔하지만 익숙한 관용구의 힘이다. "거기서 당선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할 때 '낙타'가 보기다. 성서를 번역할 때 원어로 '낙타'가 아닌 단어(갈대 또는 막대기, 일부에선 밧줄을 오역한 것이라고 지적)를 '낙타'로 오역한 것인데도, 언중은 바늘귀에 들어가니 마니 하는 대상을 낙타로 계속 쓰고 있다. 낙타와 갈대의 차이는 간발이 아닌데도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최경봉, 『(더 나은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강화』, ㈜도서출판 책과함께, 2019 : 성서에 나오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 표현과 관련해서 '낙타'는 '밧줄'을 오역한 것이라는 내용 인용
2.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부자 천국행 비유한 '바늘귀 통과' 낙타 아닌 갈대가 맞다 (입력 2023.12.23 00:29 업데이트 2023.12.27 16:07)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7033 : 같은 표현과 관련해서 '낙타'는 '갈대(또는 막대기)'를 오역한 것이라는 내용 인용
3.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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