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강철 감독은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스포츠조선은 최근 KBO리그 ABS 시스템의 현실에 대해 진단해봤다. 현장에서 선수들과 프런트가 느끼는 ABS의 문제점, 그리고 그러한 불신의 원인이 뭔지 시스템과 선수들 심리 측면으로 짚어봤다. 물론 현장에서 ABS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정성, 심판과 얼굴 붉힐 일이 없는 것에는 만족감들을 표시했다. 다만 모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경기장마다, 경기마다, 이닝마다 스트라이크존이 왔다갔다 하는 것에는 참기 힘들다고 했다.
이후 LG 트윈스 베테랑 오지환과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총대를 멨다. 오지환은 선수 입장을 대변했는데, 키로 스트라이크존을 측정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야구 규칙에 스트라이크존은 선수의 신체 기준으로 측정을 하게 돼있으니, 키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야구 규칙은 타자가 자연스러운 타격 자세를 취했을 때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게 돼있다. 가만히 서 있을 때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키가 극단적으로 크고 작으면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기본 타격 자세를 취하면 스트라이크존이 아주 크게 차이가 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이 감독이 거들었다. 5일 열린 SSG 랜더스전 9회 마지막 동점 찬스에서 외국인 타자 힐리어드가 바깥쪽 높은 포크볼에 허무하게 삼진을 당하자 폭발한 것이다. SSG 마무리 조병현의 포크볼이 손에서 빠지다시피 한 실투였고, 심지어 포수가 제대로 포구를 하지도 못할 정도로 바깥쪽 높게 갔는데 ABS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힐리어드는 키가 2m 가까운 장신. ABS 시스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타자 중 한 명으로 지목받고 있다.
문제는 이 한 타석, 한 경기 결과 만이 아니라 그 공 하나에 선수의 시즌이 말릴 수 있다는 것. ABS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되면 타석에서 움츠러들게 되고, 그게 중심에서 활약해야 할 외국인 타자라면 그가 부진할 경우 팀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힐리어드는 KT가 0대7로 완패한 7일 SSG전 삼진을 3개나 당했다. 존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
이 감독은 "ABS가 사람을 많이 살리고 죽인다. 야구가 아닌 것 같다. 다시 (사람 심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ABS가 더 불공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이없는 볼들이 너무 많다. 칠 수 있는 볼이 스트라이크가 돼야 한다. 선수들은 말을 안해도 미치려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감독도 중요한 경기, 중요한 승부처에서 크게 빠졌다고 본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화가 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없는 말,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할 감독도 아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이다. 중요한 건 '칠 수 있는 볼이 스트라이크가 돼야 한다'다. 이 말을 주목해야 한다.
타자 어깨부터 무릎까지, 이런 기준도 중요하지만 스트라이크의 가장 큰 성립 요건은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이다. 하지만 현 ABS 시스템에서는 존 사각 끝 지점에 소위 '묻어나가는 공'은 타자가 알고도 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심판은 그런 부분에 대한 융통성이 있었다. 하지만 기계는 자비가 없다.
현재 ABS는 공정의 가치로 팬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간 사람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을 수없이 노출해왔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그 공정의 가치에는 현장도 동의한다.
다만, 야구를 야구답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달라고 외치는 것이다. 공정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자고, 야구의 본질이 망가지는 걸 현장은 두고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감독의 외침에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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