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예쁘게 잘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서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해 3라운드 신인 박재현을 잘 키워보고 싶었다. 공수주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판단, 바로 1군에서 기회를 줬다.
그러나 박재현은 재능을 펼치기도 전에 얼어붙었다. 프로에 와서 외야수로 완전히 전향한 것부터 익숙하지 않았다. 고교 때까지는 내야수였다. 수비에서 실수가 하나둘 나오면서 자신감을 잃었고, 타석에서도 주눅이 들었다. 58경기에서 타율 8푼1리(62타수 5안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박재현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독하게 외야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타격 역시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지 부지런히 연구하고, 선배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 올해 히트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56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204타수 58안타), 8홈런, 30타점, 12도루, OPS 0.763 맹활약을 펼쳤다.
우려했던대로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현재 페이스가 잠시 꺾인 상태지만, 이 감독의 1번타자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 것만으로도 이미 전반기에 박재현이 할 도리는 다 했다.
이 감독은 박재현의 지난해를 교훈 삼아 올해 3라운드 신인 외야수 김민규는 '예쁘게' 키우려고 노력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김민규의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고, 퓨처스리그부터 천천히 경험을 쌓게 했다.
지난달 20일 김민규를 처음 1군으로 불러올렸다. 당시 박재현이 어깨 부상으로 수비를 하기 어려울 때라 김민규는 임시 콜업에 가까웠다.
이 감독은 일단 김민규를 대주자로 기용하면서 1군의 맛을 보게 했다. 김민규는 긴장하는 기색 없이 대주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4차례 도루에 성공하고, 15경기에서 7득점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서서히 타석에 선 김민규가 궁금해졌다. 김민규는 "타석에 들어서면 그냥 초구부터 정말 과감하게 돌리는 것 하나는 진짜 누구보다 자신 있다. 그렇다고 그냥 풀스윙으로 공도 안 보고 돌린다는 게 아니다. 신인이라고 타석에 들어가서 벙쪄서 그냥 공만 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초구부터 투수랑 싸우려고 과감하게 자신 있게 돌리겠다"며 간절히 첫 타석을 기다렸다.
김민규는 지난달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대타로 교체 출전해 상대 투수 장현식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빼앗아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6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 역시 대타로 출전해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팀은 패했지만, 김민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위안을 삼을 만했다.
이 감독은 7일 광주 삼성전에 김민규를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데뷔 첫 선발 기회에도 김민규는 긴장하지 않고 5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 7대6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감독은 LG와 삼성 등 상위권 팀들과 경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기량을 펼치는 김민규를 흡족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 감독은 "젊은 선수가 제일 센 팀들이랑 붙을 때 나갔다가 괜히 한번 실수하면 남은 시즌에 긴장도가 배가 될 수 있다. 작년에 (박)재현이도 될 거라고 생각해서 올렸더니 부딪혀보고 힘드니까 그냥 못 일어나고 시즌이 다 끝났다. (김)도영이도 제일 처음 개막전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무안타 치고 그해에 힘든 경험을 했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을 기용할 때는 신경이 쓰인다. 예쁘게 잘 밟아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스태프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고통만 준다고 성장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예쁘게 잘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그 결과 특급 유망주가 예쁘게 잘 성장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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