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피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단계를 파악하고, 치매 신약 치료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치료 황금기(Therapeutic Window)'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경과 김한결 교수, 미국 세인트루이스 C2N Diagnostics 공동 연구팀은 혈액 내 특정 단백질인 '인산화 타우217(p-tau217)' 수치가 뇌 속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 단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임을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amyloid) 단백질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쌓이면서, 동시에 타우(tau) 단백질이 신경세포 안에서 엉켜 신경세포가 손상·사멸하면서 기억력, 언어, 인지능력이 점점 나빠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기존 치매 치료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자체를 제거해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늦추는 신약이 잇따라 출시돼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치매 치료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병이 진행할수록 효과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특히 인지기능이 이미 심하게 저하된 경우,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여있지만 타우 병리가 아직 초기 중등도 단계인 '치료 황금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 기억장애 클리닉에서 PET 검사와 혈액 검사를 모두 시행한 환자 237명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국내에서 두 검사를 동시에 대규모로 수행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는 인지기능이 정상인 경우부터 경도인지장애(MCI), 치매 단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있는 사례자가 포함됐다.
우선 PET 영상 분석을 통해 각 참여자를 알츠하이머 연구 표준 병기 체계인 '아밀로이드 침착 단계(Thal phase)'와 '타우 엉킴 단계(Braak stage)'로 분류했다. 이후 혈액 바이오마커 수치가 이러한 PET 기반 병기들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를 평가했다. 특히 각 병기에 해당할 확률이 50%가 되는 혈액 수치 임계값을 도출해 임상적으로 활용 가능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 혈액 내 p-tau217 수치는 뇌 속 아밀로이드 침착 단계(Thal phase)와 타우 엉킴 단계(Braak stage)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특히 초기 아밀로이드 축적을 감별하는 능력(AUC 0.96)과 중등도 이상의 타우 축적을 확인하는 능력(AUC 0.92)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이는 PET 검사를 받지 않고도 혈액 검사만으로 환자의 뇌 속 병리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확률 기반 모델링을 통해 치매 신약 치료 효과가 가장 높은 '치료 황금기'를 도출했다. 연구 결과, 치료 황금기에 해당하는 혈액 p-tau217 범위는 약 1.895~5.077pg/mL로 나타났다. 이 범위에 속하는 환자는 뇌 속에 아밀로이드는 쌓여 있으나 타우 병리가 아직 초기·중등도 단계에 있어, 신약 치료 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조한나 교수는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의 뇌 속 병리 단계를 PET 수준의 정밀도로 파악하고, 지금이 치료를 시작할 최적의 시기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연구를 토대로 혈액 p-tau217 결과를 1차 스크리닝으로 활용하고 치료 황금기 범위에 드는 환자만 PET으로 확인하는 전략을 세우면, 진료와 검사 효율을 높이고 환자 부담은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알츠하이머 및 치매(Alzheimer's & Dementia, IF 11.1)'에 최근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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