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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시장이 잠잠한 것일까.
그 어느 때보다 대어가 많다. 손아섭, 민병헌, 강민호, 김주찬 등에 메이저리그 유턴파 김현수와 황재균도 사실상 미국 무대는 포기하는 분위기다.
보통은 이런 대어급 선수들 쟁탈전이 벌어진다. 이들의 갈 곳이 확정되면, 그 다음 준척급 선수들이 행선지가 정해지는 순이다. 그런데 초반 시장이 너무 썰렁하고, 쉽사리 어떤 선수가 어디로 갈 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두 번째는 특정 포지션이다. FA 시장이 가장 뜨거울 때는 좋은 선발투수들이 시장에 많이 나올 때다. 아무래도 당장 팀 성적을 급등시킬 수 있는 건 두자릿수 승수를 거둘 수 있는 선발을 영입할 때다. 야수는 1명 더해진다 해도 팀에 큰 임팩트를 주기 힘들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정도의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FA 선수들 중 최형우만큼의 파괴력과 꾸준함이 있느냐고 한다면 선뜻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또, 내-외야가 고르게 분포돼야 하는데 이번은 손아섭, 민병헌, 김주찬, 김현수가 모두 외야수다. 공급이 많으니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다. 그래서 내야수 황재균이 홀로 계속해서 계약에 관한 얘기가 오르내리는 이유다.
세 번째는 눈치 싸움이다. 선수, 금액 모두 해당된다. 최근 구단들이 몸값 거품 줄이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선수는 잡고 싶은데, 많은 돈을 쓸 수 없어서다. 최근 경제 상황 때문에 모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못쓴다. 그런데 선수들의 눈은 높아만 진다. 지난해 150억원, 100억원 총액 계약이 나왔다. 선수들의 기준은 무조건 전년보다 올라간다. 그래서 먼저 시장에 나서지 않고, 어느 팀이 어떤 선수와 어느정도 금액에 얘기하나 주시하고 있다. 거기서 경쟁이 될 것 같으면 참전하고, 아니면 '쿨'하게 포기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능력이 비슷한 것도 구단에는 유리하다. 확 튀는 선수가 있다면, 예를 들어 30홈런 이상을 칠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장은 손아섭이든, 민병헌이든, 김현수 등 모두 비슷한 성적을 기대해볼만 한 타자들이다. 3할 초중반 타율에 20홈런 정도다. 그러니 팀들은 특정 선수보다 '세 사람 중 누가 와도 팀에 보탬이 된다'는 정도의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미 공감대를 형성해놓고 발표만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너무 높은 금액으로 계약했다고 알리면, 거품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을 최근 야구계 분위기다. 그래서 모두들 첫 번째로 대형 FA 계약 발표를 꺼리는 게 현실이다. 첫 발표액을 보고, 거기에 맞게 자신들도 발표액을 맞추고 싶어 한다. 프로야구 FA 금액 발표가 그동안 엄청나게 축소돼왔다는 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