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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라도 줄이자."
타고투저와 같은 경기력은 제도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다. 대신 경기시간 단축 방안을 매년 내놓고 있는 KBO는 올해도 주목할 만한 스피드업 규정을 마련중이다. 올시즌부터 고의4구에 대해 메이저리그처럼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고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면 그대로 1루로 나가게 하는 '자동 방식'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한 비디오판독 시간도 5분으로 제한된다. 감독의 판독 요청을 받은 심판진이 헤드셋을 착용하는 시점부터 5분 이내에 판독 결과를 알려야 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도 시간과의 싸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시 올해 새로운 경기시간 촉진 룰을 준비했다. 우선 마운드 방문 회수를 9이닝 기준 9회에서 6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투수교체의 경우를 제외하고 감독, 코치, 또는 포수를 포함한 야수가 마운드로 가는 회수를 최대 6회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2분 5초간의 공수교대시간(미전역 중계시 2분25초, 포스트시즌 2분55초) 중 25초가 남았을 때 투수는 연습구 1개만 던질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도 올해부터 자동 고의4구를 실시하기로 했다.
KBO리그의 경기시간 증가는 타고투저가 주된 원인이다. 아마추어 유망주 투수들의 해외 진출과 타자들의 타격 기술 향상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승리가 지상과제인 프런트와 감독들의 작전 등 스몰볼 경향과 맞물려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지난해 역대 최장인 3시간 8분을 기록했다. 9이닝 기준 3시간 5분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경기시간 변천사는 흥미롭다. 1910~1920년대에는 2시간을 넘지 않았다. 1930년대 2시간대 초반이었던 경기시간은 1950년대 중반 2시간 30분대로 넘어갔으며, 1982년 2시간 40분대에 진입했다. 1990~2000년대까지 2시간 50분대를 꾸준히 유지하다 2012년 3시간을 찍었고, 이후 6년 연속 3시간대를 유지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방송 광고시간의 영향이 컸다. 수입 증대를 당면과제로 삼아 중계권료에 큰 관심을 뒀던 피터 위베로스 커미셔너 이후 TV 광고의 비중이 커지면서 1980년대 후반 경기시간이 2시간 50분대를 넘어 3시간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여기에 타자들의 성향과 타고투저 현상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타석당 평균 투구수는 3.89개로 역대 최고였다. 게임당 평균 득점도 9.30점으로 최근 9년 가운데 가장 높았다. 메이저리그는 2016년 공수 교대시간을 20초 줄이면서 "방송사들도 새로운 광고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해 평균 3시간 13분(9이닝 기준 3시간 8분)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짧았지만, 여전히 3시간 10분대에 대한 불만이 높다. 그래도 일본은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에 비해 경기시간 변동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최근 20년간 9이닝 기준 최단 경기시간은 2011년 3시간6분, 최장은 2004년 3시간19분이었다.
이러한 경기시간 증가와 관련해 한미일 모두 한계가 존재하는 물리적 제한 규정 뿐만 아니라 각 리그의 특성에 맞는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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