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저(마무리 투수)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이다. 기본적으로 팀이 앞서는 상황에서만 등판하는 게 기본이다. 팀이 뒤지고 있거나 동점 상황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늘 대기하면서 스코어 상황을 주시하며 컨디션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무작정 길게 던질 수도 없다. 애초부터 클로저에게 기대하는 건 한정된 이닝 안에서 최강의 구위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역할이다.
물론 조상우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특히 28일 SK전 패배는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9회초에 나와 조상우가 만난 상대는 SK 7~9번 하위 타선이었다. 게다가 손쉽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에 맞았다. 9번 타자 나주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1번 노수광에게 사구를 내준 장면은 뼈아프다. 볼카운트 2B2S에서 노수광의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던지다 사구를 허용하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조상우의 주무기는 강력한 속구다. 슬라이더는 승부구로 활용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구종 및 코스 선택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뼈아픈 장면은 따로 있다. 조상우가 성공적인 마무리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 장면은 두고두고 복기하면서 자책해야 한다. 바로 2사 1, 2루에서 나온 정진기와의 승부다. 앞서 노수광에게 슬라이더로 사구를 허용한 기억 때문인지 조상우는 패스트볼만으로 정진기를 상대했다. 초구 154㎞ 헛스윙, 2구 152㎞ 파울. 여기까지는 넥센 배터리의 계획대로다. 그러나 볼카운트 2S의 절대 유리한 상황에서 153㎞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오고 말았다. 결국 좌전 동점 적시타가 된다. 넥센 좌익수의 수비도 아쉬웠지만, 그전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성급한 승부로 적시타를 얻어맞은 장면이 좋지 못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